혼자 걷다 뛰다를 계속했다
혼자서 하려니 더 힘들다
이를 악물어 보지만 다리가…
전주 공설운동장 정문을 통과하니 눈물이 핑 돌았다. 그렇다. 나는 해냈다!!!!
소위 인간의 한계라고 하는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것이다. 2003년 4월 13일 전구간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것이다.
이 감격은 마라톤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느낄 수 없는 그런거 였다.
아침 여섯시쯤 일어나 가벼운 체조로 몸을 풀고 전날 사다놓은 인절미로 아침식사를 했다. 아침에 밥이나 해장국 등을 먹으면 달리는 도중 계속 신트림이 나와 괴롭다. 차를 몰고 군산 경기장으로 갔다. 길 양편에 꽃박스로 치장을 해놨는데 마치 나를 환영하는 것 같았다. 날씨는 맑았지만 약간 더워서 걱정이 됐다. 기다리는 동안 굉장히 초조했다. 주위 사람들 이야기하는 걸 들으니 모두가 베테랑 같아서 더 초조했다. 나 혼자 낙오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두려웠다.
잠시 후 준비 운동을 하고 출발을 알리는 대포소리와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천천히 가자고 마음을 먹어도 발걸음이 자꾸 빨라졌다. 25km 지점을 통과하니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그만 뛰고 싶은데 지금까지 온 거리가 아까웠다. 내가 과연 완주를 할 수 있을까?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아직 갈길이 먼데.
30km 지점을 통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가 달리기를 멈추고 걸어간다. 도저히 못뛰겠다며 나더러 먼저 가란다. 그런데 이 친구가 걷는 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왜냐면 핑계 김에 나도 걸어가며 쉴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창 길
·84년 조선치대 졸
·현) 전주 전치과의원 원장
30km를 통과하면서 2.5km마다 있는 급수대에서 물을 마시고 200m를 걷고 2.3km 뛰기로 작전을 변경했다. 35km 지점을 통과하니 정말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친구의 다리에 쥐가 났다. 친구를 눕히고 다리를 뒤틀어 근육을 푼 뒤, 다시 달리기를 반복했지만, 결국 친구가 포기한다며 나더러 먼저 가라고 했다. 억지로 권할 일도 아니였다. 무리다가 죽기도 하는데.
왜 사람이 마의 35km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혼자 걷다 뛰다를 계속했다. 혼자서 하려니까 더 힘들다. 이를 악물어 보지만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데에는 어쩔 수가 없다. 내가 왜 이 고생을 사서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포기하면 그만인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멀리 공설 운동장이 보였다. 서곡지구을 지나고 있었다. 한걸음에 달려갈 것 같은데 발은 점점 무거워지고 머릿속엔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운동장 가까이 오니 사람들이 응원을 해준다. 기운을 내서 뛰어 보지만 이내 걷고 만다. 그래도 골인점은 달려서 통과했다. 제한시간 다섯시간, 내 기록은 네시간 사십분대. 만족했다. 물 한컵 마시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포기한 친구를 기다렸다. 그런데 친구가 달려서 들어온다. 제한시간보다 15초 빠른 4시간 59분 45초,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돌아오는 길, 다시는 풀코스를 뛰지 않겠다는 친구에게 나는 말하고 있었다.
“야! 100km 울트라 마라톤 말야 그거 제한시간이 16시간이거든?” “그러면 한시간에 6km고, 6km면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되겠다. 한번 해볼까?” 하마터면 친구한테 맞을 뻔 했다.
아무래도 내가 미친 모양이다. 나이 오십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