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영 악화설엔 한숨만장기적인 경기불황의 늪에 발목을 잡힌 개원가가 여름 한철 휴가마저 반납한 채 진료실을 지키고 있어, 10년만에 찾아온 여름 무더위를 무색케 하고 있다.
개원의들은 불황이 장기화되자 ‘병원을 비우는 것’ 자체를 금기시 한 채, 여름 휴가를 반납하는 것으로 불안한 심리를 달래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캐나다에 유학중인 자녀를 만날 겸 일주일 일정으로 가족 모두가 해외 나들이를 해왔다는 서울 송파구의 P 원장.
P 원장은 방학특수에도 불구 전년대비 병원 매출이 눈에 띄게 줄자 올해 해외 나들이를 취소했다.
P 원장은 직원들은 3~4일 일정으로 돌아가면서 휴가를 보내고 자신은 “주말을 이용해 근교에나 잠깐 나갔다 올 계획”이라며 “요즘 같은 때 평일 진료를 쉬면서까지 휴가를 가는 것은 엄두도 못 낼일”이라고 토로했다.
사실 P 원장은 지난해 각종 언론을 통해 불황기사가 심심찮게 쏟아져 나오고 올 초 주변 절친한 동료들이 “환자수가 급감했다”며 하소연을 할 때까지만 해도 경기불황은 자신을 빗겨간 남의 일인 양 흘려들었다.
고수가의 임프란트 환자가 대부분인 P원장 병원의 진료수익은 급진적이진 않았지만 전년대비 꾸준한 상승 그래프를 그리고 있었기 때문.
그러나 얼마 전부터 수익 그래프가 상승을 멈추고 평행선을 그리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수년만에 하락 선으로 돌아서 통 제자리를 찾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내게도 올 것이 왔구나” 내심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고 여름휴가는 안중에도 없어졌다.
지난 주말 가족들과 인근 강가로 물놀이를 다녀오는 것으로 이번 휴가를 대신했다는 경기도 수원시 K 원장.
K 원장은 매년 여름이면 일주일 가량 후배나 동료에게 대진을 맞기거나 아예 병원 문을 닫은 채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주변 절친한 동료들 사이에 관행처럼 자리잡혀 있었는데 “올해는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국내여행 마저 자제한 채 다들 병원 지키기에 여념이 없다”며 씁쓸해 했다.
K 원장은 또 “원래 수요일은 휴진하고 종종 골프를 치기도 했었는데 신환수가 급감하면서 평일 휴진은 생각도 할 수 없게 됐다. 경기불황 탓에 죽을 맛”이라고 토로했다.
K 원장은 “병원을 지키고 있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없겠지만, 휴가라도 반납해 병원을 지키면서 조금이라도 불안한 마음을 달래려는 심정 아니겠냐”면서 답답한 마음을 내비쳤다.
K 원장은 특히 “개원의들 사이에서 올 하반기 경영난이 더 악화되면 악화됐지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걱정이 앞선다”며 “의사는 곧 부유층이라는 인식 때문에 주위에 속사정을 털어놓지도 못하고 혼자서 속앓이만 하고 있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강은정 기자 huma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