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고가진료 유도… 치과계 불신 확산
‘경영’우선 ‘의료윤리’뒷전… 폐단 불러와
# 진료철학, 시스템은 뒷전
일부 네트워크 치과들이 체계적인 경영시스템과 양질의 진료 서비스 등을 무기로 일반 개원가와 차별화 된 퀄리티 정책을 구사하면서 고가의 진료비를 책정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치과들이 이들의 경영기법을 어깨 너머로 배워 외형만을 어설프게 따라하는 과정서 각종 폐단이 발생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들 치과들은 양질의 서비스, 환자관리 등에 대한 체계적인 시스템은 구축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익을 높이기 위한 테크닉적인 기법에만 치중, 기형적인 방법으로 치과를 운영하면서 치과계 전체에 대한 불신을 조장 하고 있어 우려를 사고 있다.
퀄리티 진료를 표방한 일부 네트워크 치과들인 경우, 나름의 ‘진료철학’과 수년간에 걸친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차별화 된 서비스를 소화 할 수 있는 환자 층을 선별하는 등 모든 진료 과정이 시스템화 돼있는 반면 문제가 되고 있는 일부 치과들은 진료철학과 체계적인 준비과정은 전혀 없는 상태서 무분별하게 ‘과잉진료’ 및 ‘고가진료’를 유도하고 있어 말썽을 빚고 있는 것.
# 치과계 신뢰에 먹칠
서울에서 개원하고 있는 K 원장은 얼마 전 당혹스런 경험을 했다. 한 환자가 근처 치과에서 진단을 받았는데 아무래도 미심쩍어 재진단을 받고 싶다며 찾아 왔기 때문.
환자는 “어금니가 아파서 치과를 갔더니 치료해야 할 이가 8개나 된다고 해서 놀랐다. 몇 년 전에 이미 치료했던 곳에도 문제가 발생해 레진이나 골드로 다시 인레이를 해야 한다며 진료비를 선불로 내고 가라고 요구하더라. 치료비가 너무 비싸서 부담이 됐다”며 K 원장에게 정확한 진단을 요구했다.
K 원장은 환자를 진단하고 난 후 왠지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냉정하게 진단한 결과 과잉진료를 인정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
K 원장은 “동료 치과의사의 이미지를 생각해 환자에게는 치과의사에 따라 진단결과나 치료계획 등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그 원장님께서 꼼꼼히 진료를 해 주시려고 그런 것 같다”며 “다시 한번 치과를 찾아가 상의 할 것을 권하고 환자를 돌려보냈다”고 설명했다.
환자가 돌아간 후 K 원장은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해당 치과에 전화를 걸어 L원장에게 전후사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진단 내용에 대해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L 원장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L 원장은 “병원 코디네이터가 환자에 대한 상담서부터 치료계획까지 전담하고 자신은 단지 치료에만 전념 할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일관했다.
L 원장은 또 “코디네이터가 잘 나가는 모 네트워크 치과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 그곳의 시스템을 치과에 일부 도입 했을 뿐”이라고 덧붙이면서 “의료쇼핑을 다니는 환자들에게 더 큰 문제가 있다”며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기가 막힌 K 원장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시스템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과 같이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시스템이라면 문제가 될 것 같다”고 따끔히 충고 한 후 전화를 끊었다.
최근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J 원장은 “치과의사의 진단이나 치료계획에 따라 여러 결과가 나올 수는 있지만 객관적으로 판단해도 다소 너무 했다 싶은 케이스가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며 우려했다.
J 원장은 또 “일부 치과의사들이 의료인으로서 기본적인 윤리 의식을 저버린 채 과잉진료와 고가진료를 유도하는 비뚤어진 경영기법에만 치중하면서 전체 치과의사들에 대한 신뢰에 먹칠을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 불안심리가 원인
최근 들어 이러한 문제가 급격히 불거지고 있는 원인에 대해 일각에서는 의료시장개방, 영리법인 허용, 광고 자율화 등 의료계 대변혁을 목전에 두고 있는 개원가가 ‘어떻게든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면서 빚어진 현상이란 분석도 조심스레 고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