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업을 많이 많이 쌓아서
무량복덕 누리시고
정의로운 치과계 만듭시다
나는 시쳇말로 60학번이다.
이순(耳順)을 훨씬 넘어 고희(古稀)를 바라보는 나이다.
개업하고 있는 지역구에서 개업동기이자 대학 동기동창을 두명이나 앞세운 괴로운 경험을 가지고 외톨이로 남아있다. 그래서 요즘은 같은 구내에서 선후배 약 간명이 월1회 정기 모임을 꼬박 꼬박 갖고 있다. 또 대학동기모임에도 빠지지 않고 나가고 있다. 사람이 그리워서….
가끔 후배들로부터 선배님은 언제까지 현역에 남아 있을 예정이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이제 곧 그만 두어야지 하고 얼버무린다.
오직 치과 의업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긴 세월 외길로만 살아온 덕분에 아들도 치과의사가 되었고, 치과의사 며느리도 얻게 되었다.
아들 내외 왈 이젠 연세도 있으시고 하니 쉬엄쉬엄 하시란다. 안 그래도 요즘은 어려운 경제 사정 혹은 나이 때문인지 환자가 뚝 떨어져서 열심히 하고 싶어도 쉬엄쉬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내 나이쯤 된 개업의들의 공통된 사고는 현상에 안전하기를 원하고 새로운 투자를 하기에는 세월이 너무 흘렀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최근에 나의 클리닉에 좀 비싼 진단 및 치료용 기구를 설치하였다. 주변의 동업자들이 저런 고령의 선배도 그런 장비를 설치하는데 나이도 훨씬 젊은 내가 설치하지 않는다면 말이 안된다면서 모두 서둘러 설치하는 바람에 내 주변의 치과들이 모두 업그레이드가 되어 버렸다.
가끔 내 치과의원에 검진 및 치료를 받고자 찾아오는 환자들 중에 이런 경우가 있다. 성인 환자도 있고, 엄마 손에 이끌려서 방문하는 소아 환자도 있다.
우선 구강검사를 해 주기를 원한다. 열심히 검사를 해 봐도 약간의 치태 이외에는 구강상태가 양호하다. “별 이상 없는데요!” 환자도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충치가 많은 것으로 진단이 나왔는데 자세하게 다시 좀 봐 달라고 한다.
두 사람의 치과의사가 한 사람의 환자를 두고 한 의사는 충치가 많다고 하고, 다른 의사는 충치가 없다고 했을 때 환자가 느끼는 감정은 어떤 것일까?
치료에 관한 한 환자가 납득할 수 있게 자세한 설명을 해 주되 의사가 나서서 치료를 강요하거나 너무 앞선 예방치료를 하려고 하는 것은 먼 훗날의 치과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도 결코 이롭지 못하다는 것을 말해 두고 싶다.
얼마 전 검찰 계통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을 때 ‘검사스럽다’는 유행어가 나온 일이 있었다. 행여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치과의사스럽다’라고 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되지 않을까?
佛文(불문)에 가사백천겁(假使百千劫)이라도 소작업불망(所作業不亡)하고 인연회우시(因緣會遇時)에는 과보환자수(果報還自受) 라는 게송이 있습니다. 아무쪼록 우리 모두 선업을 많이많이 쌓아서 무량복덕(無量福德)을 누리시고 밝고 정의로운 치과계를 만드시기를 바랍니다.
이 인 호
·66년 서울치대 졸
·현) 청조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