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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수필(754)>
사랑하는 아버님께
정성화(중랑구 정성화치과의원 원장)

“부모님 살아생전 최선다해 모시길” 당부 효도하려 해도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아 아버님, 동이 트기에는 아직 이른, 주변이 어슴푸레한 새벽입니다. 어젯밤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늦은 잠을 청했는데도 눈은 일찍 뜨였습니다. 24년 전 兄의 졸업식 때도 관악산의 바람은 어제같이 매서웠습니다. 철골구조의 교문은 황금색의 화려한 옷을 새롭게 맞춰 입은 것만 빼고는 여전히 그 자리에 예전과 다름없이, 아무 말 없이 무표정하게 서있건만 그날 같이 옛 사진에서 웃고계신 사랑하는 아버님이 오늘 계시지 않음이 나의 마음을 다시 한번 허전하게 합니다. 37년 전 어제와 같은 날인 2월 26일 세느천을 건넌 문리대 광장에서 있었던 아버님의 박사학위 수여식 때의 생각이 사진과 함께 오버랩 됩니다. 의학박사에 알맞은 분위기의, 온화한 사진의 그 모습은 아직도 또렷하게 제 마음에 각인되어 있건만 이 세상 그 어느 곳에서도 다시 만나 뵈올 수 없음에 회한의 상념이 또 다시 마음을 착잡하게 합니다. 일찍이 1919년 파고다 공원에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하신 할아버님의 7형제 중 6男으로 출생하시어 경성제대 의학부에 들어가시고, 3형제가 납북되어 생사도 모르는 비운을 겪으셨으면서도 59∼61년에 걸친 미국 유학으로 미국외과학회지에 연구업적이 수록되는 영예와 외과의사와 교수로서 받은 명성과, 모든 섬세하고 심오한 수술의 탁월함도 아버님의 급작스런 떠나심과 함께 흔적만 남을 뿐 모든 것이 세월의 흐름과 함께 잊혀지는 어쩌면 당연한 사실을 접하면서 다시 한번 인생의 덧없음을 절감하게 됩니다. 인류역사가 시작된 이래 이 세상의 어느 누구도 한번 태어나서 죽는다는 사실은 피할 수 없는 진리인 것을…, 남겨진 사람들이 겪는 이별의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도 모든 인생들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야 할, 끊임없는 번민이 필요한 話 頭중 하나임을 잘 알면서도 오늘따라 아버님이 그리워짐이 왜 이리도 간절한지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아버님, 제가 뒤늦게 박사과정을 밟은 것도, 형이 피츠버그 의대 교수가 된 것을 그리도 기뻐하시던 사랑하는 아버님께 효도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 줄 아버님께서는 아시는지요? 제 나이 이제 마흔 여섯이 되고 자식들을 키우다 보니 아버님이 저희에게 주셨던 가없는 사랑과 인자하심을 더더욱 느끼게 되어 요즈음은 더욱더 아버님이 그립습니다. 아버님, “나무는 고요하려 하나 바람이 기다려 주지 않고 자식은 효도하려 하나 부모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는 옛글귀를 떠올리며 風樹之嘆에 빠지지 말고 부모님 살아생전에 최선을 다해 극진히 모시라는 당부의 말씀을 저의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꼭 드리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아버님! 아버님이 가신지도 어언 여러 해가 지났습니다. 그동안 잃은 것도 많았지만, 그동안 무심했던 남의 아픔을 얼마만큼은 같이 느낄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관용의 폭은 조금이나마 넓어진 것 같습니다. 아버님, 아쉬운 회한의 마음이야 끝이 없겠지만 이제 흐트러지려는 마음을 다시 추슬러, 창조주께서 자랑스런 아버님의 아들로서 저를 이 세상에 보내신, 아직은 다 알 수 없는 그 섭리에 맞게 中庸之道를 지켜 하나님과 사람 앞에 항상 떳떳할 수 있는 그러한 사람으로 살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아버님, 이제, 아버님 마지막 가시는 길에 아버님께 서약했던 그 말씀대로 주님 재림의 아침, 부활하신 아버님을 반가이 만나 뵈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사오니 지켜봐 주시옵고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不 小子 二男 聖和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