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에서 환자가 신용카드로 진료비를 결제하는 사례가 대폭 늘어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오히려 계속 인상되고 있어 이에 대한 병의원들의 볼멘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 있다. 의료기관들은 카드 사용액이 늘어나면 당연히 수수료율도 줄어야 하는데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며 카드사의 일방적인 횡포(?)를 지적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지난 11일 발표한 ‘최근 신용카드 이용실적 추이’에 따르면 지난해 병원과 약국 등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한 사용액이 무려 12조2천여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무려 24.3%나 늘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용액과 증가세에서 카드사가 취해질 수수료는 어림잡아 2천4~5백억원 규모로 상당히 큰 액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드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수수료율을 올렸다. 종합병원 카드 수수료율이 지난해 1.69%로 2003년에 비해 0.19% 인상됐고 병원급 의료기관이 2.49%로 지난해 비해 0.11% 늘었다. 의원급 의료기관이나 약국 등도 인상했다. 액수로는 대략 2백억원 규모다.
카드사에서는 수수료율이 해당 의료기관의 매출규모, 신용도에 따라 조정되는 슬라이딩 시스템을 적용하기 때문에 일선 의료기관에서 느껴지는 인상률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렇게 의료기관에서 느껴지는 수수료율이 별거 아니라면 오히려 별거 아닌 인상률 정도로 수수료율을 낮춰야 하는 것이 정상이 아닌가 한다. 카드사에서 느껴지는 인하율이 그리 부담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의료기관 개개별로 따지면 2백억원으로 추산되는 인상액이 별거 아니라고 하지만 카드사 입장에서는 무려 2백억원이 더 들어오는 것이다. 통상 물건을 많이 사면 할인을 해주는 것이 상도의 일터인데 카드사의 상도의는 어떻게 거꾸로 가는지 모르겠다. 문제는 한 두 카드사가 올리면 경쟁적으로 올린다는 점이다. 법적으로 딱히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법망을 피해간 유사담합행위가 아닌가 의심된다.
가뜩이나 현재 의료계는 의료 환경의 급속한 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의료시장의 서막은 올랐고 영리법인 의료기관 국내 허용여부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등 의료시장의 무한경쟁시대를 예감하고 있다. 곧 현실화될 이같은 의료 환경의 변화 속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경영난으로 문을 닫아야 하는 의료기관들이 속출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국내 의료기관들은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데 국내 카드사들은 이런 저런 핑계로 조금씩 수수료율을 인상하고 있다. 카드사들이 별거 아닌 인상률로 생각하는 자체가 문제라고 본다. 그 별거 아닌 인상으로 인해 일선 병의원들은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지금 당장이라도 정부가 나서서 카드 사용액 증가만큼 수수료율을 인하시켜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