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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협 고문 릴레이 인터뷰(2)]지헌택 고문 “순간순간 주어진 사명에 최선을 다해 노력했을 뿐”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84세 나이 불구 왕성한 진료
치과위생사 ‘대부’로 불려
배구계와도 깊은 인연 맺어


한국에서, 아세아태평양지역에서 치과의사로서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자리를 모두 거쳐간 지헌택 고문.


아세아태평양치과연맹 회장·부회장, 세계치과의사연맹 아태지역 대표 상임이사, 치협 회장, 서울지부 회장,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치과과장(현재의 치과병원 병원장), 국제치학사회 국제본부 회장, 대한치과기재학회 회장, 대한치과보철학회 회장, 서울치대 동창회장, 국립몽골의과대 명예의학박사, 배구협회 부회장, 88올림픽 배구 배심원 등등-이것이 부족하지만 지 고문을 알릴 수 있는 굵직한 약력이다.


‘가지 않은 길’을 걸어온 지 고문은 84세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서울 대우빌딩에서 형식상으로 개원한 것이 아닌, 왕성한 진료를 하면서 정정한 모습을 과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 고문은 매우 조심스럽게 인터뷰에 응하면서 겸손하게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순간순간 주어진 책임이었을 뿐이다. 단지 일에 쫓기면서 어떻게 하면 책임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을까 하고 노력한 결과다. 무슨 일 했다, 무슨 일 했다 이야기하기가 매우 쑥스럽다. 인간에게는 순간순간 주어진 조물주로부터의 사명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했을 뿐이다. 결코 능력이 있어서 된 것이 아니다.”
지 고문을 잘 알고 있는 지인은 지 고문이 협회장을 할 당시를 회고하면서 다음과 같은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지 고문이 협회장을 맡으면서 처음으로 호텔에서 학술대회를 국제적인 수준으로 개최하게 됐지요. 당시 지 고문은 신현확 보사부(현재 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여러 차례 학술대회에 참석한다는 답변을 받았었는데 행사 전날 전야제에 참석한 차관으로부터 장관이 학술대회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지요. 그러자 지 고문이 당시 총무이사에게 내일 개회식은 장관이 참석할 때까지 유보하라는 명을 내렸고 차관을 비롯한 당국 관계자들은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결국 학술대회 개회식에는 정확하게 장관이 오게 됐지요.”


지인은 또 “한번은 보사부 장관과의 면담이 약속한 날보다 늦어지자 지 고문이 보사부에 직접 가서 비서실 문을 구둣발로 박차고 들어가서 책임자가 누구냐고 일성을 지르고 다음날 보사부 장관을 만날 수 있다는 확답을 받고 나온 일화도 유명하지요. 결국 다음날 장관을 만나 3시간여 이야기를 나눴고 의과에 비해 절반에 그쳤던 치과의사의 초진료를 의과와 동일하게 올려받은 일도 있었지요”라고 회상했다.


지 고문은 한국 치과계에선 처음으로 세계 치과계에 발을 디딘 최초의 국제통으로 알려져 있다. 아시아태평양치과의사연맹과 인연을 맺기 전에 세계치과의사연맹과 먼저 인연을 맺었다.
지 고문은 70년대 중반경 치협 대표로 영국에서 열린 세계치과의사연맹에 참석하게 됐다. 영국 황실 관계자는 각국 대표자를 초청해 파티를 열었는데 당시 참석자들이 한국이란 나라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심지어 북한에서 왔느냐고 물어 한국을 세계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를 계기로 세계의 치과계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세계치과의사연맹과 유대를 맺어왔고 이런 유대 때문에 78년 아시아태평양치과의사연맹에 처음으로 참석해 최고 득표로 부회장에 당선되는 영광을 안게 됐다. 이후 역사적으로 전무후무하게 11년간이나 부회장으로 활동하게 됐다.
지 고문은 치과위생사들에게선 ‘대부’로 알려져 있다.
지 고문이 세브란스병원에 재직할 시 Paramedical Course에 치과위생사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신설하도록 했고, 그것이 현재의 치위생학과의 전신이 된 셈이다.


지 고문은 또 몽골에서 많은 봉사활동을 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