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바다에서 너무 추워 손이 얼어 고생했던 일,
해뜰 때를 맞추어 물속에 들어 가려고 새벽에 바다에서 기다리는 시간들,
무거운 장비와 카메라 때문에 조금만 걸어도 숨이 턱까지 차 오르고
허리는 끊어질 듯한 아픈 기억들, 높은 파도에서 시달리던 일들....
지난해 7월말에는 제주도에서 일주일 동안 여름휴가 겸 제주수중사진촬영대회에 참석하였다.
가족들과 3일 동안 보내면서 서귀포 섶섬, 정방폭포 앞바다, 외돌괴 앞에서 다이빙을 했는데, 같은 배에 탄 일행 중 한 분은 봄부터 문어만 비디오 촬영을 해 올 초‘문어의 모정’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든 매니아도 있었다.
원래 삼성 사내방송국에 근무하다가 요즘은 개인 스튜디오를 차려 방송국에 필름을 제공하기도 한다는 그분은 취미가 직업으로 바뀌어 버린 대표적인 경우가 아닐까한다.
제주수중사진촬영대회에 참가해 받은 금상과 부상으로 필리핀 리조트에서 제공한 항공권, 다이빙 여행권으로 올해는 다시 필리핀 아닐라오를 가려고 계획중이다.
지난해 10월에도 몇 번 더 제주를 찾았다. 우리나라 바다에서 편안하게 스쿠버 다이빙을 즐길 수 있고 가장 아름다운 물속 비경을 지닌 곳은 제주 서귀포 앞바다라고 생각한다. 계절 중에는 10월, 11월이 물이 맑고 연산호와 어종이 풍부해 다이빙하기에 적당한 시기라고 여겨진다.
지난해 마지막 다이빙은 12월말 티니안에서 즐겼다. 4박5일 일정으로 떠난 그곳은 사이판에서 배로 한 시간 더 내려가면 있는 작은 섬으로 가족과 함께 보내기에는 최적의 휴양지였다.
티니안에는 시야가 너무 좋아 수중사진을 찍어 보면 색깔이 선명하고 깔끔하게 나오는데 그중에서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티니안 쿠로또 수중 동굴 속으로 내리쬐는 빛의 물결은 세상 그 무엇보다도 아름답고 신비로움으로 간직하고 있다.
모든 스쿠버 다이빙 여행이 즐거운 것은 아니다. 동해바다에서 너무 추워 손이 얼어 고생했던 일, 해뜰 때를 맞추어 물속에 들어 가려고 새벽에 바다에서 기다리는 시간들, 무거운 장비와 카메라 때문에 조금만 걸어도 숨이 턱까지 차 오르고 허리는 끊어질 듯한 아픈 기억들, 높은 파도에서 시달리던 일들...
어렸을 적 바다에서 보낸 추억이 많아서인지 바다에 대한 나의 열정은 거의 집착에 가깝다.
스쿠버 다이빙을 하면서 적어 놓은 일지를 보면 작년 한해에도 바다속을 무척이나 뒤지고 다녔다.
일년 중 4,5월에만도 파도가 잔잔해지는 필리핀 슬루씨라는 곳에서 7박8일 동안 선상 생활을 통해 망망대 해에 간간히 떠 있는 산호섬을 찾아 스쿠버 다이빙을 즐겼다.
그당시 필리핀 남부에는 이슬람 반군들이 말레이지아 작은 섬에서 휴양중인 유럽인들을 납치해 인질극을 벌이고 있었는데 정부군들이 반란군들의 밀림 요세에 선상 포격을 하면서 들리는 포소리는 저녁때쯤 음산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물론 바다속에는 항상 아름다운 신의 창조물들이 가득했지만...
지난해 6월에는 한국해양연구소 초청으로 5박6일 동안 탐해호에 올라 독도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했다. 수중사진촬영이라는 임무가 주어졌지만 그래도 나를 인정해준다는 기분도 들고 외국 바다보다 더 가기 힘들다는 독도에서 원없이 물속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하루 5회씩, 아침 해가 뜨면서부터 해가 진 야간까지, 식사하는 시간을 빼면 거의 물속에서 보냈다.
독도에서는 수백 마리의 방어떼와 야간다이빙 중 수중 굴속에서 본 혹돔 가족들이 기억에 가장 남는데 혹돔은 생긴 모습이 사람 얼굴이랑 비슷하고 조금 크다고 하면 미터급은 족히 되어 물속에서 정면으로 마주치게 되면 공포심이 밀려들 정도다. 또한 큰 원을 그리며 내 주위를 맴돌며 지나가는 방어떼는 마치 나를 위해 수중 쇼를 펼치는 것 같았다.
독도는 독경비대가 있는 동도와 어민 대피소가 있는 서도로 나누는데 서도에 있는 수중동굴에서 야간에 잠자려고 들어온 혹돔 네마리를 보았다
크기가 전에 울릉도에서 본 것과 비교가 되지 않게 큰 놈이었다.
우리 일행 세 사람은 픽업보트 위에서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왜냐하면 정착성 고기들은 위치만 알고 나면 너무 쉽게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혹돔 가족들이 지금도 그 동굴에서 잘 살고 있기를......
하지만 지금 나는 아름다운 수중세계의 한 컷만 기억에 남겨 놓는다.
흔들리는 배에 앉아 있으면 노을지는 해변가 옆 해먹에서 낮잠자는 기분처럼 편안해지곤 한다. 사계절 따뜻한 해변가에서 예쁜 리조트를 짓고 바다와 함께 조용히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