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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4)소심한 나의 공보이사 이야기/김기종

 

즐거움보다 어려움이 많지만
그래도 2년 남은 임기동안
멋진 ‘나의 흔적’을 남겨보련다

 

내 나이 마흔 한 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항상 주변인이었다. 초등학교 때를 제외하고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거나 의견의 중심에 나선 적이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내성적이고 주위에 친구가 없는 외톨이 또한 아니다.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인생은 즐겨야 한다는 게 나의 신조이다. 하지만 내가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치과의사를 거치며, 점점 나이가 들어 갈수록 내가 몸담은 단체 속에서 국외자로 한쪽 곁에서 바라보는 것을 즐기기만 하였다.


주위 다른 사람들에게 내 자신이 평가가 되는 게 싫고 또한 아쉬운 소리도 하기 싫은 전형적인 소심한 A형 혈액형인 성격 탓인 것 같다. 그런 내가 느닷없이 대전시 치과의사회 임원에 참여하게 되었다. 재작년 쯤 회비 납부 문제로 가지고 있던 불만을 동문회 회식 자리에서 시회의 회무처리에 대하여 싫은 소리를 하였는데 그 이야기가 신임 회장님 귀에 들어갔는지 그런 불만을 시회에 들어와서 해결해보지 않겠냐는 거였다. 당연히 그런 능력과 의욕이 없는 나는 완곡히 거절하였지만 강권 반(회장님), 협박 반(대학선배들)으로 얼떨결에 이사가 되고 말았다. 도대체 어떤 이사를 맡아야 책임도 덜하고 부담도 적게 3년을 보낼까 고민하고 조언을 구하고 있는데, 내가 공보이사에 적격이라고 선배 한 분이 추천해 버리셨다. 그래서 맡은 게 공보이사다.


대전시회에는 공보이사가 두 명이다. 그 중 나는 치과의사회지 및 계간지인 ‘한밭치원’을 발간하고 내부 행사 팸플릿 제작과 공문 그리고 공식행사 인사말 작성을 해야 하는 너무나 막중한 일을 맡고 말았다. 글쓰는 것이라고는 초등학교, 중학교 때 백일장에 나가서 받은 장려상(참가하는 사람은 모두 받았던)이 전부인 나에게 책을 발간하고, 인사말과 회원들에게 보내는 공문을 작성해야 한다니 참으로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팽개치고 도망갈 용기도 없던 나는 전임 공보이사에게 업무를 넘겨받고 배우고, 주위 다른 이사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가까운 친구 선후배를 협박(?)하여 원고를 얻어내면서 공보이사라는 직책을 1년 정도 해오고 있다. 지금은 어느 덧 적응을 하였고, 지금은 어느 정도 즐기기까지 한다. 공보이사의 일을 하다보니 새로운 사람들을 알게 되고 만나게 된다. 대학동문 아니면 가까이 개원한 치과의사만 알던 내게 다른 치과의사를 만나는 즐거움이 생긴 것이다.


터프한 외모와는 달리 섬세한 글솜씨를 선보이며 꼼꼼한 진료모습을 보여주는 선생님이 있었고, 겉모습이 차가워서 가까이 대하기 어려웠던 분이 의외로 다정다감하게 대해 주었던 기억, 진료보다는 유흥을 즐길 것 같던 분이 환자나 사회봉사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어 깜짝 놀랜 적도 있다. 이렇듯 나의 고정관념이나 첫 인상을 깨뜨리며,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주변의 많은 선생님들을 만나게 되는 행운을 갖게 된 것이다. 또 다른 재미는 글을 꼼꼼히 읽는 습관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원고를 교정하고, 정리하여 발간을 하려면 지루해도 몇 번이고 읽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좋은 습관이 만들어 진 것 같다.


그러나 아직은 초보 공보이사인 나에게 즐거움보다는 괴로움과 어려움이 훨씬 더 많다. 공보이사의 일은 직책상 흔적이 영원히 남는다. 대전시 치과의사회가 존재하는 한 아니 없어지더라도 내가 일한 결과물은 남아 있을거라는게 가장 큰 부담이다. 또 항상 마감일보다 늦어지는 두세 편의 원고로 가슴을 졸이게 되고, 갑작스레 공문이나 인사말을 작성하려고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혹사하여 억지로 만들어 놓기는 하지만, 얼마나 낯 뜨겁고 부끄러운지 모른다. 교정을 몇 번이고 보았던 글에서는 오탈자가 여름날 잡초처럼 불쑥불쑥 나타나 곤혹스럽고, 이번 달은 예정 날짜에 꼭 발간해야지 그렇게 다짐하건만 항상 조금씩 늦어지는 불안함은 내가 기자나 만화가가 되지 않았음을 다행이라 생각한다.


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