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갖춰야 할 덕목은
절제된 생활로 성실하며
환자의 ‘필요"에 민감해야
거의 매주 고속도로를 이용하게 돼 독서할 시간도 많아지고, 돌아보고, 구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교량이 놓인 곳과 산을 가로지른 구간이 많아서 고속도로 바로 옆에 묘소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것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데 우리가 가깝게 다가간 것입니다. 하느님, 가족, 친구들에게 얼마나 변덕스러운 나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또한 고속도로라는 것이 한번 들어서면 어느 정도 이상의 속도로 쉼 없이 달려야 하는 것이기에 가끔씩은 나들목을 나가는 차량의 방향 지시등이 너무나 평온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나의 뒷모습은 어떨까? 정작 들어선 고속도로에서 나는 제대로 달려가고 있는지?
1987년 9월부터 2001년 11월 1일까지 14년의 경남 진주 소재의 국립경상대학교 의과대학에 근무하고, 고향인 삼천포에서 개업한지도 벌써 5년이 가까워옵니다. 의사이셨던 아버님과 중부님은 응급환자가 없을 거라며 치과의사가 되라고 권하셨고, 1975년 그 당시 일본에서는 치과대학에 입학하면 기뻐서 1억 엔(그 때는 1:3 정도였던가요?)의 축하 기부금을 낸다고 하셨던 기억도 납니다. 그러나 1981년부터 3년 동안의 공중보건의 근무기간 동안에 심한 전신질환이 동반된 분들과 감염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에 대한 부족함을 절실히 느껴, 구강외과(지금은 구강악안면외과)의 수련을 받게 되었습니다.
개업 5년의 시점에서 개원의로서 피해야할 유혹과 갖추어야 할 덕목에 대해 정리해 볼 요량으로 이 글을 씁니다. 리더십에 관한 책에서 본 것인데, 우리에게 적용해도 좋을 듯합니다. 피해야 할 유혹으로 속임수, 아첨, 탐심, 권위주의가 지적되었습니다. 전문직의 도덕성을 강조하며 기독교인 철학자 엘톤 트루불러드(Elton Trueblood)는 “도덕적인 요소가 결핍돼 있는 직업을 생각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치과의사의 기술은 만일 그가 부도덕하고 무책임하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또한 부도덕한 법조인에 의해 일어나는 폐해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사람들은 그의 실력이 부족할 때보다 실력이 뛰어날 때 훨씬 더 위험하다.”라고 경고합니다.
내가 믿는 기독교의 사도 바울은 여러 모양을 취하면서도 본질에 대해서는 양보가 없었습니다. 아전인수 격으로 치료 원칙까지 양보하지는 말아야 할 것입니다. ‘변덕스러움이 대중의 성향이다’라고 말한 이도 있습니다. 자신이 마땅히 가져야 할 분량 이상으로 갖기를 원하는 욕정인 탐심을 경계하여야 하며, 진정한 겸손은 외면한 채 권위만 내세우지 말도록 권유하고 있습니다.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는 절제된 생활로서 성실하며, 환자들의 필요에 민감 하자고 나름대로 정리해 봅니다.
개원을 준비하면서 논란거리였던 것은 두 가지였는데, 럭셔리한 인테리어, 백화점식이면서도 고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진료, 홍보 마케팅, 친절 등등의 충고, 조언과 개원 장소에 관한 것이었는데, 지방도를 다니면서는 외진 곳에서 찾아오는 환자들 생각을 가끔씩 하게 됩니다. 시내버스, 배, 시내버스, 시외버스, 택시를 갈아타면서 대학병원을 찾았던 노부부와 다음날 진료를 위해 여관 투숙까지 하던 환자 등등은 개원 위치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끼쳤습니다.
‘용기를 내어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폴 발레리의 시구처럼, 환자에 대해서는 그들을 위해서 내가 존재한다는 생각과 사회에 대해서는 ‘누가 나의 이웃인가?’ 보다는 ‘나는 어떤 이웃인가?’를 먼저 생각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좀더 쾌적한 환경에서 환자들을 대하지는 못하지만 ‘내게 있는 것’으로 항상 그들을 대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남쪽 끝 삼천포에는 그의 자리에서 날마다 새롭게 깨어 있기를 바라며, 한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한 Edward Everett Hale의 시를 읊조리는 치과의사가 있습니다.
I am only one. / But still, I am one./ I cannot do everything, but still I can do something./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