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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6)눈아, 눈아/황효연

 

자연의 섭리라고 하지만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앞서 가는 눈을 붙잡고 싶다


입은 하나이고 귀가 둘인 것은 할 말은 아끼고 대신 더 많이 들으라는 것이라던데 그럼 눈이 두개인 것은 뭔뜻?
하나면 도깨비와 구별이 안 되어서? 아니면 좌우 다 보라고?
나이 들면서 눈과 귀가 나빠지는 것은, 세상사를 꼬장꼬장하게 보지 말고 대충 보고 들어 느긋한 인생의 모습을 띄게 하는 자연의 섭리라고 선인들은 말씀하셨지만…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그럴 수 없으니 먼저 앞서 가는 눈을 붙잡고 싶다.


나, 중학생때 할머니께서 손발톱 잘라 달라 하시던 것을 그 땐 이해 못했었네.
나, 고등학생때 아버지께서 쓰시던 커다란 수첩을 그 땐 이해 못했었네.
나, 대학생때 교수님께서 안경 두개를 바꿔 가며 쓰시던 것을 그 땐 이해 못했었네.
나, 처음 개원하고서 치료받으러 오는 어르신들의 입 주변에 남은 음식 흔적을 그 땐 이해 못했었네.


나, 동네 이발소서 머리 깎고 온 그 날 삐져나온 머리가 유독 많은 이유를 그 땐 이해 못했었네.
내가 나의 눈이 정밀함에서 어긋난다고 깨달아 확대경 쓰고 진료하기까지 내 시력의 과도기 동안 구강 어딘가 남았을 모자람이 두렵고 힘들게 작업했을 기공소 동료분께 굉장한 미안함이 든다.
지금은 젊은 애들 못잖을 만큼 잘 가꿔진 근육질 몸매와는 어울리지 않게 헬스 클럽의 자전거 위에서 돋보기 쓰고 책 읽는 것을 더 이상 어색해 하지 않는다.


그리고 진료실에서 다초점 안경과 확대경을 여러 번 바꿔 쓰는 것을 더 이상 귀찮음으로 여기지 않으며 깨알 같은 설명서는 직원이나 자식들 몫으로 넘기는 것을 더 이상 주저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서 건네받는 아주 작은 글씨체의 명함과 메뉴판 그리고 어두침침한 조명은 아직도 솔직히 짜증스럽다.
요즘의 나이 파괴 외모와 차림 때문에 상대방의 나이를 도저히 추측하기 어려워 나온 방법이 아주 작은 글씨의 명함을 건네 보는 것이라는데….
그에 대응해서 안 보이는 글씨도 정상으로 보는 척 하고 어물쩡 넘어 가 버리니 이젠 거꾸로 건네서 바로 돌려 보나, 안 그러나로 눈의 나이를 가늠 한다나?
이런 시험에 들지 않도록 눈아 눈아 제발 좀 천천히 앞서 가면 안 되겠니?
그리고 “이발소 사장님! 추억의 모범 이발소라 계속 그곳으로 가고 싶은데 이제부턴 돋보기 쓰고 머리 깎아주면 안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