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동두천에서 지하철과 버스를 몇 번씩 갈아타고 거의 3시간에 걸쳐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합정치과에 도착해 치과진료를 받은 고교 1학년생 (박선아(가명)양). 혼혈아라는 주변의 차가운 시선은 물론, 엄마 아빠에 대한 기억도 없이 할아버지와 할머니 밑에서 자랐지만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을 만큼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활달한 선아는 장차 학교 선생님이나 음악치료사가 되고 싶은게 꿈이다.
“저를 키워주신 할아버지 할머니와 도와주신 주변 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선아가 야무진 이 꿈을 이뤄나가는데 합정치과 원장인 신문창 원장이 조그마한 힘을 보태고 있다. 신 원장 뿐만 아니다. 합정치과에서 함께 진료하고 있는 대학 2년 후배이자 부인인 박계양 원장의 정성어린 꼼꼼한 진료가 큰 몫을 하고 있다.
지난 1일 합정치과를 네 번째 방문해 진료를 마친 선아는 집 근처인 동두천에서 치료를 몇 번 받았지만 치료비가 비싸 오랫동안 치료를 받지 못하다가 펄벅재단의 추천을 받아 이곳 합정치과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신 원장은 주변에서 사진 잘 찍는 치과의사, 치과의사로만 조직된 밴드에서 활약할 정도로 뛰어난 연주실력을 갖춘 치과의사, 마라톤이나 스쿠버다이빙 등 웬만한 운동을 다 잘 하는 치과의사, 여행 자주 다니는 치과의사 등으로만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가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펼쳐왔다는 사실을 주변에서는 잘 모르고 있는 듯 하다.
신 원장은 치과계에서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사)구라봉사회에서 학창시절부터 인연을 맺어 수련의 시절과 개원 후에도 오랫동안 구라봉사회에 실시하는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참여해 왔다.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박 원장과도 구라봉사회 회원으로 봉사를 함께 실천하다 소록도 바닷가에서 청혼을 받고 평생 반려자가 된 경우다.
구라봉사회에서 임원으로 활동하기도 한 신 원장은 약 4년전부터 펄벅재단에서 혼혈아동과 그 가족들 가운데서 형편이 어려운 환자를 선별해 보내주면 모든 치료를 전액 무료로 치료해주고 있다. 환자들은 주로 의정부나 평택 등 미군을 아버지로 두고 있는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과 가족들이 대부분이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어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펄벅재단 한국지사는 우리나라가 OECD에 가입한 뒤 본부의 지원이 크게 줄어 살림이 쪼들리고 있는 상황. 이곳에서 일하는 친구로부터 이 재단의 어려움을 듣고 선뜻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한 뒤 재단에서 보내주는 환자를 계속해서 진료해 주고 있다.
신 원장은 또 자신의 병원 뒤 건물에 있는 한국성폭력피해상담소 부설 열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나이어린 중고생들의 치과치료도 책임지고 있다.
2년전 자신의 치과에 몇 명의 학생들이 단체로 치료를 받으러 왔는데 보험증이 자신들의 이름으로 돼 있는 것을 보고 그들의 아픔을 알게됐다. 그 뒤부터 자진해서 그들을 무료로 진료를 해 주면서 후원금도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신 원장은 (사)한국뇌성마비복지협회 후원회원으로 12년 넘게 한결같이 후원해 오고 있어 뇌성마비인들이 만든 작품과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주변에 좋은 일 하는 동료치과의사들이 많다. 소문내지 않고 조용히 하고 싶다”며 인터뷰를 꺼려한 신 원장은 “봉사를 하지 않았으면 평생 반려자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계속 봉사를 실천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학과 치과병원에서 교정을 전공한 탓(?)으로 전문진료 위주로 진료를 하다보니 이 치과를 찾아온 환자들의 대부분은 부인인 박 원장의 몫으로 돌아간다. 이를 잘 아는 신 원장은 “펄벅재단이나 열림터에서 찾아오는 환자들은 주로 보존을 전공한 박 원장이 실제적으로 진료를 하고 있다”며 “부인이 아니었으면 봉사를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신 원장은 “제가 치과의사로 생활할 수 있는 것도 주위 분들의 은덕을 입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치과의사이기 때문에 사회·경제적으로 어느정도 여유있는 생활을 할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