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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40주년 기념 특별기획] “사람을 사랑하듯 봉사를 사랑해요”

중증장애아 진료봉사하는 김병기 원장

 

‘요한의 집’서 5년째 봉사 손길
시설 아동 양자 삼아 자립 도와
묵묵히 따라준 우리 직원에 감사
천진난만한 아이 웃음이 활력소

봉사를 왜 하느냐는 질문은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왜 사랑을 하느냐고
묻는 거나 다름없어요.
무슨 특별한 이유랄 것이    있겠어요.
그냥 좋으니까,
마음이 시키니까 하는 거지요


난 2001년부터 벌써 5년째 용인소재 중증장애인요양원인 ‘요한의 집’에서 아동들을 대상으로 진료봉사를 해오고 있는 김병기 원장(수원 김병기치과의원·조선치대 93년 졸업)은 “힘든 봉사를 왜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을 이어 갔다.


“봉사는 남모르게 해야 하는 것인데... 괜히 인터뷰에 응한 것 같아 어제 저녁부터 줄곧 고민을 해왔다”며 “이제라도 안 하면 안 될까요?”하는 김 원장을 몇 번에 걸친 설득 끝에 얻어낸 대답이었다.
‘요한의 집’은 故 박병윤 토머스 신부가 설립한 중증장애인요양원으로 60여명의 뇌병변장애를 가진 아동들이 상주하고 있는 인가 시설이다.


현재 80% 가까이가 가족이 없이 버려진 아동들로 대부분 혼자서는 거동도 할 수가 없고 의사소통마저 어려워 24시간 중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 누워서만 지내고 있다.
때문에 아침에 눈을 떠서 세수하고 음식을 먹고 양치질을 하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다른 사람의 손을 빌어야 하는 상태. 현재는 시설 수녀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봉사로 모든 일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건강 상태가 워낙 안 좋기 때문에 사망하는 아이들도 많다.
김 원장은 “이곳에서 봉사하는 동안 다섯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하늘나라로 갔다”며 “내 자식들 또래의 아이들이라 매번 마음이 더 아프다”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대부분 호흡기나 폐가 안 좋아 튜브를 끼고 있기 때문에 구강 내 치료를 할 때도 그만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평소 조용하던 아이들도 개구기를 씌우고 치료를 할 때면 불안하고 답답하기 때문인지 온 몸을 흔들어대는 통에 봉사자 4~5명이 달라붙어 팔다리를 붙들어야만 겨우 치료가 가능한 실정이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진료가 끝나면 같이 봉사하러간 우리 치과위생사들이 완전히 탈진이 될 정도예요. 원장 잘못 만난 덕에 우리 직원들이 고생이 많지요”라며 김 원장은 그동안 직원들에게 못내 미안했던 마음을 조심스럽게 드러냈다.


하지만 봉사가 매번 힘겹기만 한 것은 아니다.
3년 전 시설 장애아들 중 그나마 상태가 가장 양호한 중학생 또래의 남자아이에게 2시간가량의 치열한 몸싸움(?) 끝에 어렵게 앞 윗니 두개를 보철치료 해준 적이 있는데 아직까지도 김 원장 만보면 한걸음에 달려와 제 손으로 치료했던 앞니를 가리키면서 “으으.…”, “으으으…” 하며 주변을 맴돌곤 한다는 것.


김 원장은 “그 녀석이 뭘 알긴 하는 건지… 그 녀석만 보면 천진난만한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오기도 하고 마음 한 구석이 뿌듯해진다”며 처음으로 환한 웃음을 지었다.
김 원장은 또 “자신은 치과의사라서 아이들의 구강진료를 하는 다소 덜 힘든(?)봉사를 하고 있지만 일반 봉사자들은 아이들을 목욕 시키고 똥오줌 기저귀를 빨고, 청소까지 힘든 봉사를 마다하지 않는다”며 “그들에 비하면 내가 하는 봉사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겸손해 했다.
하지만 김 원장의 봉사는 치료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김 원장은 8년전 먼저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자신에게 처음 봉사를 권했던 조선치대 선배인 김성철 원장(수원 김성철치과의원·조선치대 90년 졸업)과 함께 시설의 아이들 중 건강 상태가 양호한 2명의 아이를 각각 양녀로 삼아 이들이 스무살 성인이 돼 자립할 때까지 일정 부분 후원을 해 주고 있다.


히 크리스마스나 생일 같은 기념일에는 아이들을 데려가 가족과 함께하는 지내는 기쁨을 선물하면서 진정 마음에서 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