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림원’월 2회 순번 진료봉사
특수 진료 실질적 정부지원 절실
친목 넘어 봉사 단체로 ‘뿌듯’
애는 불편함일 뿐이지 인간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 조선치대 인천 동문회 회원들은 장애인은 차별할 수 없는 존재라는 공감대 아래 열심히 무료봉사 진료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분위기가 치과계에 조성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저 동문들의 친목 모임으로써 그 역할의 전부라고 생각해도 되는 동문회가 의료봉사정신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조선치대 인천동문회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개인도 하기 어려운 의료 봉사를 단체 차원에서 하고 있는 배경에는 양해민 인천지부 자재이사(양해민 치과의원)의 공이 크다.
지난 1994년부터 양 이사 치과의원 인근에 자리 잡고 있는 ‘예림원’의 정신지체 어린이가 양 치과의원에 우연히 내원한 것이 계기가 됐다.
예림원의 양호 선생님은 정신지체 어린이의 고통만이라도 덜어 주려는 생각에 어렵게 양 이사의 손에 정신지체 어린이를 맡겼고, 그 이후 치료 받는 예림원의 정신지체 어린이 수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예림원 내에 조그마한 치과 진료소도 갖고 있으며, 한 달에 두 번씩 순번을 정해 조선치대 동문회와 함께 진료를 나가고 있다.
“무료 봉사 진료를 시작한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렸지만 정신지체 아동을 진료할 때마다 진정한 봉사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새겨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제가 시작한 일이지만 조선치대 여러 동문들의 협조가 없었다면 참으로 어려운 일이였을 겁니다. 지면을 빌어 조선치대 선후배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료 진료를 받는 아동들의 나이는 다양하다. 적게는 6살에서 많게는 40살이 넘은 어린이까지.
양 이사는 그동안의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말하며 감회에 젖는다.
“어린이라고 불러야겠죠? 40살의 나이에 정신연령은 초등학교 수준인 정신지체 어린이를 처음 대면했을 때 만감이 교차하더라고요. 지금은 서로 친밀감을 표현할 정도로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한번은 장애인 마라톤 대회를 나가는데 치아가 거의 없더라고요. 혹시나 입상하게 되면 사진도 찍고 하는데 보기 안 좋을 거 같아서 대회 나가는 기념으로 치아를 해줬습니다. 그런데 이 어린이가 진짜 입상을 해 찾아와 상을 안겨 주는데 그 것 만큼 뿌듯할 때가 없더라고요. 봉사의 참 의미를 다시한번 느꼈습니다”
십수 년 동안 정신지체 어린이들을 진료하다 보면 보람된 일도 있었을 테지만 아쉬웠던 일도 있는 법. 진료를 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때를 묻자 그는 단연 치과의사로서의 진료의 한계를 드러낼 때라고 말했다.
“정신지체 어린이를 진료하는 것을 특수 진료에 속하는 것으로 생각할 개원가에서는 기피 대상일 수밖에 없고 당연히 한계가 있습니다. 좀 더 양질의 진료를 해주고 싶은데 현실적인 여건 상 어려울 때 가장 안타깝습니다” 양 원장은 또 정부의 ‘탁상행정’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예림원에서 진료를 한다고 하니까 행정 당국에서 유닛체어 한대만 덜렁 주고 가더라고요. 인력을 비롯해 기본적인 치과 진료를 하는데도 관련 기구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고도 정부는 복지 정책을 몸소 실천했다고 말하겠죠? 탁상행정의 전형을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현재 예림원과 같은 복지기관에는 먼지만 쌓여가는 유닛체어가 상당수 있을 겁니다. 행정당국은 실질적으로 복지기관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좀 더 고민하고, 현실에 맞는 복지정책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강병주 조선치대 인천 동문회장의 말도 되새겨 볼만 하다.
“더불어 나누는 기쁨보다 큰일은 없을 것입니다. 맑고 향기로운 꽃향기가 널리 퍼져서 세상을 아름답게 하듯이 우리 조선치대 인천동문회가 아름다운 꽃과 같이 맑고 향기로운 존재가 돼 모두가 더불어 화합하며 살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용재 기자 yonggari45@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