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찌익찌익대던
쥐들의 수다도 그립고
펜팔했던 그 사람은 잘 있을까
엄마가 그려준 약도 한 장을 들고 새로 이사 간 집을 찾아갔다.
다닥다닥 붙은 작고 많은 집들 중에 우리가 살게 될 집은 어디지? 아무리 봐도 그 집이 그 집 같고… 한참을 헤맨 끝에 찾은 집. 작은 방 두개, 주방엔 가스렌지와 싱크대 한 칸이 겨우 들어가고 동생과 쓸 방은 침대 하나와 책상 두개가 들어가니 의자 놓을 자리도 없어서 침대에 걸터 앉아 책상을 써야 했다. 덕분에 밤샘하는 공부는 거의 불가능했다.
침대에 앉아서 공부하다가 뒤로 넘어가면 바로 잘 수 있기 때문에 그건 좀 편했다. 물론 등받이가 없어서 허리가 좀 아팠지만 우리 방엔 골목 쪽으로 보이는 창문 하나가 다였다.
난 창이 큰 방을 좋아했는데 정말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여름 밤 더워서 창문을 열어 놓고 잤는데 후레시 불빛이 방안으로 뻗어왔다. 그러더니 창문으로 웬 손 하나가 쑤욱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내 다리를 찾는 겐가?
누군지 잡으려고 몰래 일어나 문을 후다닥 열었는데 도망가고 없었다. 그리고 며칠 후에 창가엔 가을대추 음료수 캔 두개와 껌 한통이 놓여 있었다. 누굴까?
그 집은 여름에는 찜통, 겨울에는 추운, 말 그대로 너무 솔직한 집이다. 가끔씩 자려고 누우면 천장에서 쥐들이 그들만의 레이스(?)를 했다. 후다다닥… 찌익찌익… 이 놈들이 살판났나보다 나는 꿈속에서 천장의 쥐들이 마구 떨어지는 악몽에 시달리곤 했다. 나중엔 그 놈들이 왜 밤이면 밤마다 그렇게 뛰는지 이유까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당시 수줍음이 많았던 나는 소개팅이나 미팅은 엄두도 못내고 펜팔을 하고 있었다.
책상과 침대에 걸터 앉아 그 당시 가요 책 뒤에 있던 주소를 보고 한 두장 쓰기 시작했는데 하루에 평균 6~7통의 편지가 오기도 했다. (그게 펜팔의 장점이다. 얼굴 안보고 이름만 이쁘면 된다.) 기억에 남는 편지들은 대부분이 군인 아저씨들이였지만….
건빵 봉투에 써서 보낸 군인, 편지지에 물음표 한 장 써서 보낸 사람(이 사람에겐 느낌표만 써서 보냈다.)특히나 맞춤법이 엉망이어서 빨간 펜으로 수정해서 보내주고 싶은 사람까지….
이렇게 어린 시절을 보낸 골목가의 작은 집에 대한 추억이 아직까지 아련하게 남아있다.
음료수를 두고 사라진 사람과 잠 잘때 그렇게 성가시던 쥐돌이 양반들도 그립고… 그 때 펜팔했던 사람들은 지금도 잘 살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