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아직도 거의 대다수 우리나라 치과의사들은 열악한 수가체계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열과 성을 다해 치과 의료인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 한다.
사실 지금 우리나라의 수가를 가지고 근관치료를 한다는 이야기를 외국 치과의사들에게 하면 우리를 아주 이상한 눈으로 본다. 아마, 머리가 좀 돌았거나 아니면 무언가 엄청 모자라는 점이 있으니까 그런 것 아니냐는 동정 어린 표정을 받는다. 그 사람들 생각은 당연히 치료를 거부해야지 그런 정도의 수가를 받고 치료를 해 준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통계를 보면 우리 나라의 근관치료 수가는 의료선진국과 비교할 때 턱 없이 낮다. 이런 면에서 지금 전체 치과계의 흐름이 수익성이 보장되는 비보험 쪽으로 기우는 것은 어쩔수 없는 현실이라고 본다.
우리가 의료 선진국과 같은 높은 수가를 받을 수는 없다하더라도 최소한도의 보상이 된다면 아직은 서구보다는 더 윤리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치과의사들이 자연치아를 살리는 쪽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 있을 것이다.
전문직의 직업윤리란 전문적인 지식을 윤리와 통상적인 사회 규범에 맞게 수행되기 위한 고도의 정신이다. 그에 비해 직업가치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직업이 이 사회가 요구하는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고 사회의 구성원들을 위해 기여할 때 얻어지는 가치이다.
자기의 전문지식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윤리와 일치되면서 자기의 일에 최대의 가치를 부여하는 것, 이것이 바로 프로이고 이러한 사람들의 집단을 professional이라 부른다. ‘프로란 누구인가’라는 강연에서 들었던 대목 중 프로란 자신의 일을 완벽하게 해 내는 사람, 앞으로의 변화를 준비하는 사람, 도덕적 소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 등으로 정의한 것이 인상에 남는다. 그 중 사회에서 요구하는 덕목은 단연 도덕적 소명감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의료계에 대해 두 개의 전혀 상반된 요구를 하고 있다. 하나는 높은 도덕성이고 또 하나는 허준식 인술이다. 모든 것이 경제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계약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의 의료인에게 허준식 인술만을 요구한다는 것은 대단히 시대착오적 이다. 오히려 프로라면 자기의 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의료인이라면 당연히 최선의 진료를 위해 노력해야 함은 물론 그에 대한 보수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국민들이나 보건정책 당국자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은 그래도 치과의사는 비보험 진료항목이 많지 않느냐는 것이고 따라서 전체 수입으로 보면 보정이 되지 않느냐는 것인데 사실 이러한 생각은 치과계 외부 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묵인되는 정서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러한 암묵적인 합의는 결국은 치과의료의 왜곡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고 이것은 앞으로를 치과의사로서 살아가야 하는 후배들에게 고스란히 짐이 될 것이다. 올바른 의료질서의 확립을 위해서는 현실 수가의 개선이 없이는 불가능 하다고 본다.
이승종 연세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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