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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수필(808)>
말을 타고 광야를 달리는 것
심영환(충북 청주 심영환치과의원 원장)

한참을 달리고 난 뒤 들려오는 거친 말의 숨결과 온몸으로 전해지는 리드미컬한 말의 율동... 쉴새없이 흘러내리는 땀방울. 내가 처음 말을 접한 건 10여년 전 공중보건의로 근무 할 때이다. 어느 날 마을 사람의 치료를 끝내고 이야기를 나누던 끝에 말 두 필을 취미삼아 기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시간이 된다면 함께 말을 타고 뚝방길이며 산과 냇가로 다니면서 사냥도 하자고 했다. 이거야말로 영화에서나 보고 듣던 ‘말을 타고 광야를 달리는 것’과 같은 멋진 일이 아닌가? 별로 특별한 일도 없고 따분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차에 귀가 번쩍뜨인 나는 그날 바로 달려가 당장 말을 타자고 했다. 말을 다루는 법(말이 다루는 법이지 실상은 어떻게 올라타고 내려오는 정도)을 배우고는 곧장 들판에 나가 겁도없이 여기저기 말을 타고 달렸다. 사실 이때는 타는 것이 아니라 말에 실려 다녔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왜냐하면 가고 서는 것이 내 맘에 의해서가 아니라 말의 뜻에 따랐고 나 또한 말의 뜻을 전적으로 존중해주었다. 존중해주지 않으면 또 어쩔 것인가? 능력없는 내가 참을 수밖에! 하지만 나라고 늘 그대로의 실력만 가지고 있을 수는 없는 법. 조금씩 실력이 늘어가면서 생각했던 것보다도 즐겁고 멋진 나날이 계속 되었다. 5월의 아카시아 향기를 말과 함께 맡으며 길도 없는 산길을 달리노라면 산새들의 지저귐도 나를 위한 노래인 듯 들려오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좁은 길을 따라 찾아간 외딴집에서 홀로 흑염소를 키우는 할아버지 한 분을 만나 세상 등진 이야기를 가슴속까지 느낄 수 있는 커피 향기에 곁들어 듣고 오기도 했다. 무더운 여름날에는 허리까지 차오르는 시원한 냇물을 말과 함께 건너며 끝없는 뚝방길을 바람처럼 달렸다. 또한 농번기 때 한창 모내기하는 곳을 지나가다 농부에게 혼나서 줄행랑을 치던 일 하며 국도에서 지나가던 버스에 말이 놀라 버스와 나란히 속도경쟁 하듯 달려 넋이 반쯤 나갔던 일. 점심시간에 나가서 말을 타다 조금 늦게 (생각해보니 오후 근무 시간이 거의 끝날 무렵) 돌아왔더니 보건소장이 순회감사 와서 기다리고 있던 일 등 약간의 불상사라면 불상사도 있었다. 그렇게 한 반년동안의 즐거운 나날을 보내던 나는 말 주인과 말이 이사를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잊을 수 없는 나의 화려한 황금기는 아쉽지만 그렇게 끝이 났다. 아카시아 향기와 초록의 푸르름이 아름다운 5월이 되면 지금도 가끔씩 그때의 일이 생각나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하곤 한다. 말을 타며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던 그때의 그 감정을 가슴속에 담아두지 못하고 나는 몇 년 전부터 다시 말을 나의 동무로 삼고 있다. 우리의 직업특성상 제한된 공간과 다양하지 않은 통상적인 나날들... 때로 답답하고 따분함을 느낄 때 말을 타고 달리는 그 기분.... 그 기분을 함께 나누고 싶은데 어떠할지? 한참을 달리고 난 뒤 들려오는 거친 말의 숨결과 온몸으로 전해지는 리드미컬한 말의 율동... 쉴새없이 흘러내리는 땀방울. 뺨에 와닿는 바람의 신선한 감촉을 느끼면서 나는 이렇게 노래한다. “마음이 답답하고 울적할때.....쿵따리 샤바라 빠빠빠빠...♪♬♩...” “히 이 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