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속’걱정 넘어
마음 걱정까지
돌보고 싶다
치과로 직접 찾아온 노인 환자를 이호선 원장이 정성스레 진료하고 있다. 쑥스럽다며 얼굴 알리기를 사양해 진료모습만 담았다.
“남몰래 묵묵히” 봉사 철학
8년째 ‘은혜의 집’ 주치의
봉사 동료 박 원장에 감사
북 청원군 톨게이트에서 차로 십분 거리쯤에 위치한 곳에 노인복지시설인 ‘은혜의 집’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 곳엔 오갈 데 없는 노인 70여명 등 노인 80여명이 모여 산다.
그리고 이들의 약한 치아를 돌보는 치과의사가 있다. 충북 진천군에서 개원하고 있는 이호선 원장(이치과의원)이 그다.
그는 매달 ‘은혜의 집’을 방문해 노인들의 치아 곳곳을 치료해 주고 있다. 그리고 현장에서 치료가 힘든 경우가 생겨 해당 노인들을 치과로 직접 모셔서 치료하다보니 일주일에 한번 꼴로 노인들이 그의 치과를 찾고 있다.
“실제 진료를 나가서는 보철전 처치로 발치 몇 개 하고 나면 나머지는 틀니 하신 분들에 대한 사후 관리, 그리고 노인들의 치아관련 궁금 사항들을 상담하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금방 가곤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근무하는 직원들 말에 따르면 이 원장이 한번 왔다 가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불평이 많이 줄어들어서 일하기가 훨씬 수월하단다.
그런 얘길 들을 때마다 이 원장은 ‘실제 치료를 받는 것도 있겠지만 누군가 자기 입안을 계속 관리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어떤 안도감을 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물론 한편으로 보람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기억나는 환자에 대해 묻자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단다. 꽤 활달한 할머니였다. 틀니를 새로 해달라고 하시면서 예전부터 착용하던 틀니를 비닐봉투에 넣어가지고 치과를 방문했다. 할머니는 “이놈의 틀니는 아파서 끼지도 못 한다”며 “주머니에만 넣어가지고 다닌 게 벌써 두 달째”라고 했다. 그래서 어차피 안 쓰는 틀니라는 생각에 그 틀니를 이용해서 인상을 뜨고 할머니한테 ‘이 틀니 버려요’ 라고 하니 할머니가 그러라 했다. 이틀 후 ‘은혜의 집’ 담당간호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 간호사는 “그 할머님이 새로 틀니를 할 욕심에 쓰던 틀니를 안 쓴다고 거짓말을 하셨으니 그 틀니를 다시 보내주실 수 없느냐”는 얘기였다. 그 간호사는 이 사실이 알려지면 너도나도 틀니 불평을 늘어놓을까 우려한 것이다.
결국 이 원장은 간호사를 설득해 새로 틀니를 해 드렸다. ‘얼마나 아프셨으면 그렇게 하셨을까’하는 생각과 ‘엄밀히 따지면 불편하신 건 맞으니 거짓말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원장이 ‘은혜의 집’에서 진료를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팔 년전, 대학동기인 박주미 원장(청주 미주치과의원)의 추천으로 시작됐다. 당시 그 전부터 박 원장이 돌봐 오다 박 원장이 또 다른 곳의 진료봉사로 인해 부득이 대신 그 자리를 메워온 것뿐이라고 이 원장은 전했다. 그 세월이 벌써 팔년이 된 것 뿐이라며 별 다른 의미를 두고 싶지는 않다고 이 원장은 잘라 말했다.
아울러 치의신보의 강력(?)한 취재요청에 대해서도 달갑게 생각지 않았다. 이런 연유로 본인 사진이 실리는 것도 쑥스럽다며 극구 사양하다 진료사진만 간신히 허락받았다.
“저 말고도 남몰래 진료하고 계시는 치과의사 선·후배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저는 그런 분들에 비하면 봉사라고 하기도 부끄러워 미안한 마음입니다.”
단지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진료하면서 작은 보람이라면 단순히 치과치료보다 그 분들의 마음 속 걱정거리의 일부를 들어줄 수 있다는 작은 바람이 이 원장에겐 진료하는 가장 큰 기쁨이란다.
이 원장은 마지막으로 박주미 원장도 자주 ‘은혜의 집’을 방문하고 있다며 함께 진료하고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신경철 기자 skc0581@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