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내의 진료질서를 정확하게 건설하지 않는다면 결국 나의 몫으로 다시 되돌아 온다는 진리를 계속 배워나가고 있다.
“인간의 앞날을 미리 알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행복과 가슴벅찬 일로만 있는 미래와 달리 자신의 앞날이 불행으로 비쳐지는 모습을 미리 본다면 인생의 삶은 희망과 기대가 없는 의욕상실의 행로일 것이다.
자신의 앞일을 예견할수 없듯, 학교를 졸업하고 배우자를 선택해서 자녀를 기르고 개원지를 물색하며 삶의 터전을 이루고 사는곳이 시시때때로 바뀌는 현실이다.
나 또한 남원을 삶의 보금자리로 10년 가까이 지켜왔으나 이곳 교육여건이 그렇듯 인근 대도시인 전주에 자녀를 보내거나 혹 이전하면서 직장과 출퇴근하는 선생들이 많다. 바로 나역시 닥치는 현실을 지금 경험하고 있다.
금년 3월에는 예년에 없는 눈이 3월말까지 2번이나 와서 전주-남원간 출근길에 그 혹독한 출근지각 전쟁을 맛보았다.
다름아닌 푹설로 교통사고 차량이 국도 상·하행선을 모두 점령한 터라 원활한 흐름을 만드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마냥 기다려야 했던게다.
몇 년전 MBC 뉴스데스크에서 본 생생한 장면을 지금도 기억한다. 우연치고도 엄청난 특종기사 였다. 비오는날 차량끼리 부딪히면서 사고나는 실제상황을 촬영한 화면기사였다. 그 폭발력은 대단했고 인간의 처참한 모습을 그냥 눈으로 보기에는 안타까운 사고 현장이었으며 교통사고 경각심을 일으켜준 사건이었다.
이렇듯 너무나 사고가 많은 탓인지 자동차 보험회사들이 적자폭을 감당못해 전북을 하나 둘씩 떠난다는 기사를 접했다. 비단 전주-남원만의 일은 아니겠지만 이제 우리나라의 교통문화는 깨어나야 한다. 금년은 한국방문의 해, 내년엔 2002 월드컵을 개최하는 나라로서 외국인이 보는 교통문화의 수준을 판가름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남이야 어떻게 되던 앞서겠다는 생각, 나는 예외일수 있다는 생각, 다른사람도 법규위반을 하는데 왜 나만 그러느냐! 이런 모순된 논리가 근절 되어야 한다.
전주-남원간 도로는 비교적 잘 뻗은 60KM 4차선 국도이다. 금년에 무인카메라가 편도 19대씩 약 20대가 추가 배치되었고 신호등도 20군데 이상 가동되고 있어서 이제는 교통사고율도 조금은 감소하기를 바라고 있다.
아침 출근길에서 보면 주행선과 추월선을 이해못한 운전자들의 주행습관에 1차로와 2차로를 옮겨 다니면서 끼어들기를 하는 차량, 가속이 붙은 화물차나 대형버스들이 신호를 무시한 질주로 느끼는 큰차 우선주의 등 ‘빨리빨리’라는 우리 국민의 조급증이 더 한층 사고를 유발하게 하는 원인임을 자각해 본다.
타인을 배려하는 정신이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느껴지는 지금인데 그 조급증은 치과진료를 하면서도 경험한다. 현실이 유치원생부터 나이든 노인까지 바쁘지 않는 사람이 없다. 그러다보니 가끔대기실에서 들리는 환자의 목소리엔 “언제까지 기다려야 됩니까? 애기 학원갈 시간인데요!”. 어느 시골 노인분께서는 “차 시간이 없어! 빨리 좀 해줘!”이런 말에 나의 마음까지도 조급해지고 정확성보다는 신속적인 진료가 앞선다.
이런 진료는 시간이 흐르면서 부실공사가 되어 부레망처럼 되돌아오기를 여러번 경험한다. 구조적인 모순을 가지고 있는 도로 여건은, 마치 치아배열이 고르지 못한 환자의 구강내에 음식물 끼어들기가 자주 이루어지고 이로인해 충치, 치주질환을 야기하게 되며, 차로를 지키지 않는 운전자들의 습관처럼 치과의사가 지켜야할 진료술식을 무시하고 조급함을 핑계삼아 “이 정도면 괜찮겠지!”하는 자세가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하며 교통문화질서를 파괴하는것과 다를바 없다.
구강내의 진료질서를 정확하게 건설하지 않는다면 결국 나의 몫으로 다시 되돌아 온다는 진리를 계속 배워나가고 있다. 조금전에 대기실에서 환자가 주고받는 말이 나의 귀에 확성기처럼 들린다.
환자A:“3년전에 이를 해 넣었는데 이가 빠졌어요!”
환자B:“어디서 하셨는데요!”
환자A:“........음! 잠깐 화장실 갔다와서 얘기해 드릴께요!”
원장: ........(갑자기 화장실 가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