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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40주년 기념 특별기획] 살며 봉사하며 - 희망 릴레이(13)

백발 ‘성성’ 열정 ‘팔팔’
구순구개열 봉사 ‘영원한 현역’


순수 열정 하나로 ‘쉼 없는’인술 전파
1천여명 ‘새 삶’… 세계 봉사대상 영예


해는 민병일 서울치대 명예교수가 구순구개열 환자들에 대한 진료봉사를 해온지 꼭 40년째를 맞는 해다.
구순구개열 환자들에 대한 ‘열정’ 하나로 아무런 대가도 없이 오지를 누비며 진료봉사에 매진하는 사이 패기로 똘똘 뭉친 젊은 청년 민병일은 간데없고 이제 그 자리에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듯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카락을 검게 염색해 단정히 빚어 올린 78세 고령의 민병일 명예교수만이 남았다.


하지만 민 교수는 지금 그 어느 누구보다 따뜻하고 충만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지난 40여 년간 ‘마이더스의 손’이라 불리는 민 교수를 거쳐 새 삶을 선물 받은 1000여명에 달하는 구순구개열 환자들 모두가 나이 여하를 불문하고 그를 ‘제 2의 생명을 선물 해 준 아버지’로 부르며 따르기 때문이다.


이제 그는 마음으로 낳은 1000여명 자식들을 거느리는 대가족의 가장으로서 또 ‘구순구개열 환자들의 영원한 아버지’로서 누구보다 존경받고 사랑을 받으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노후를 맞고 있다.
하지만 오로지 열정 하나만을 가지고 많은 시간과 사재를 털어가면서까지 40여년을 한결같이 일년에 세네번, 한번에 십여일씩 장기간에 걸쳐 국내외를 누비는 진료봉사를 하기가 그리 녹녹치 만은 않은 일이었을 터.
민 교수는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오랜 기간 진료봉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진짜 ‘숨은 비결’이 “주되, 대가를 기대하거나 돌려받을 것을 바라고 주지말자”는 어찌 보면 너무나도 소박한 자신과의 약속에 있었다고 털어 놨다.


“만일 대가를 바라고 돌려받을 것을 생각하면서 욕심을 내고 계산하고 살아왔다면 스트레스 때문에라도 벌써 봉사를 그만뒀을 것”이라며 너털웃음을 짓는 민 교수는 “지금껏 살면서 선후배, 제자들, 환자들 그 누구에게도 대가를 기대하면서 도움을 준 적이 한번도 없었다. 조건 없이 베푸는 삶, 욕심 없는 삶이 고령의 나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제일 비결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이렇듯 개인적인 욕심을 철저히 배제한 순수한 열정만으로 40여 년간 진료봉사를 이어온 민 교수는 이제 구순구개열 수술에 있어서만큼은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권위자’가 됐고 지난 2000년 스위스 츠리히에서 열린 국제구순구개열협회총회에서 그동안의 공적을 인정받아 세계 봉사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군의관 시절 현지인 구순구개열 수술 인연
국내외 돌며 평생 진료봉사에 매진

교수가 처음 구순구개열 수술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지난 64년 수도육군병원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중 월남으로 파병돼 우연찮게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구순구개열 수술을 해 준 인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 교수는 “처음 구순구개열 수술을 해 줬을 당시의 뿌듯했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전쟁 통이라서 총상을 입은 응급 전상환자 수술도 많이 했지만 구순구개열 환자들을 수술해 줬을 때 느끼는 보람만 하지는 못하더라”며 “특히 환갑이 훌쩍 넘은 나이까지 수술을 받지 못했던 노인이 수술 후 ‘새 삶을 얻었다’며 감사하던 모습을 아직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고 회고했다.
군의관 시절 맺은 구순구개열 환자들과의 인연은 귀국 후 국내 환자들의 수술로 이어졌고 지난 67년 4월 현역 장교출신으로는 최초로 서울대병원 교수로 발령을 받으면서 더욱 본격화됐다.


하지만 맨 몸만 가지고 봉사를 할 수는 없는 법. 봉사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라이온스클럽의 문을 두드렸고 68년부터 이곳의 지원을 받아 당시 국내에서 낙후한 지역이었던 제주도를 비롯해 울릉도, 삼척, 울산, 구미, 진주 등 전국 각지를 돌며 30여년간 진료봉사를 해왔다.
이후 제주도 상황이 나아지자 해외 어려운 곳으로 사랑의 손길을 옮겼지만 민 교수는 아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