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한 곳에는
자신의 마음이 새겨져
쉬 떠나올 수 없는 기억들이…
내가 일하는 곳은 여러 직종이, 여러 세대가 함께한다.
사회가 날로 거대해지면서 새로운 모습의 직종도 나타나 이곳을 거쳐 가는 사람의 수도 더욱 늘어가고 있다.
매년 1, 2월이 되면 졸업생의 모습은 자취를 감추고 새로운 학년의 학생들이 진료실을 채워나간다. 그뿐인가, 각 부서마다 실습생이다, 견습생이다, 인턴사원이다 해서 이곳에 머물렀다 떠나가고… 특히 빼놓을 수 없는 이별은 평생직장으로 오랫동안 열과 성을 다해 이곳을 지켜오다가 정년을 맞아 하나 둘 자리를 떠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지나고 나 또한 지나가야 할 이 자리에 연말이라 그런지 머물렀던 시간, 머물렀던 장소, 함께 했던 사람… 이런 것들이 새삼 더욱 깊게 생각되어 지는 것 같다.
얼마 전 교환학생으로 호주 시드니치대 학생이 4주간의 짧은 일정으로 또 이곳을 지나갔다.
그 학생은 열심히도 눈을 맞추며 인사를 하고 커다란 눈을 깜박이며 각 진료실에서 있었던 것을 이야기하고 직접 경험한 것을 디카에 담아 자랑을 하기도 하고 설명을 늘어놓기도 했다.
타인의 시간처럼 그 학생도 어김없이 이곳을 떠날 시간을 맞았다.
아쉬움에 미리부터 직원들과 사진을 찍고 예쁘장한 카드도 미리 준비해둔 모양이다.
얼굴에 더덕더덕 미련과 아쉬움을 붙이고 떠날 시간을 찾지 못한다.
떠나가면 쉬 오지 못한다는 거리상의 문제도 있으리라, 허나 우리도 이미 경험했듯이 최선을 다한 곳에는 자신의 마음이 새겨져 쉬 떠나올 수 없었던 기억들이 있고 조금만 더 잘해볼걸 하는 마음에 더욱 아쉬움이 남았던 그런 순간들이 있어, 그의 마음을 헤아림직하다.
나 또한 첫 실습장소를 나올 때 몇 번이고 그곳을 뒤돌아보았는지 모른다.
또한 우리 모두는 자신의 색을 내고자 얼마나 노력하는가?
사실 난 이곳에서 최선이라는 이름으로 열심히 일하는 많은 사람들을 본다.
제대로 잠조차 잘 시간이 없어 보이는데도 일을 맡으면 무언가 전보다 나아보이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번거로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또 환경이 바뀌면, 과를 옮긴다거나 연차가 올라가면 나름대로 자신을 나타내고자 무단히도 열심이들 움직인다.
이렇듯 서로 다른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다른 재능으로 매해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 여럿이 모여 일하는 이곳의 장점이 아닌가 싶다.
여럿이 모여 일하는데 어찌 늘 좋은 일만 있겠냐마는 지나간 시간, 지나가야 할 시간들을 생각하면서 새해에는 한걸음 더 다가가야지, 한걸음 더 물러서야지, 한 번 더 들어줘야지, 한 번 더 생각해야지, 한 번 더 칭찬해야지, 한 번 더 안아줘야지, 한 번 더 미안하다 해야지, 한 번 더 사랑한다 해야지….
그래서 최선이 주는 선물인 ‘아름다운 추억’을 새해에는 더 많이 만들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