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목요일마다 나병환자촌 방문
편견없이 일반인과 똑같이 진료
희귀질환 정부 소극적 지원 아쉬워
원장이 한센병 즉, 나병 환자를 진료하기 시작한 것은 약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중보건의로 근무할 때 우연히 익산시 왕궁면 나환자 마을에 들러 진료활동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그때부터 사회로부터 철저히 소외받고 있는 나병 환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무료로 진료해 주기로 결심, 익산에서 개원을 하며, 매주 목요일마다 나병환자촌을 방문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꺼려하는 질병은 많지만 나병은 특히 그런 질병. 사람들이 회피하는 질병을 갖은 이들을 치료하는데 애로사항은 분명 많겠지만 그는 담담히 얘기한다.
“처음부터 쉬웠다고하면 눈에 보이는 거짓말이겠죠? 그러나 지금은 의례하던 일이라고 생각하니 생활의 일부가 된 느낌입니다. 나병 환자들도 일반인들과 똑같이 생각합니다. 안 그랬으면 20년 동안 이어오지 못했을 겁니다.”
장 원장의 뇌리에는 초기 무료봉사 시절 자신에게 술을 권하던 여성 나병 환자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회식 때 여성 나병 환자가 자기 잔에 술을 부어 저한테 주는 거예요. 아무 망설임 없이 감사하다고 마셨어야 했는데… 감염 걱정이 머리를 스치면서 뜸을 좀 들였습니다. 그때 그 여성 환자의 눈빛이 아직도 기억나네요. 뭐라 형용하기 힘든 눈빛이었는데 그 눈빛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그때 이후 장 원장은 나병 환자에 대한 일말의 두려움이 말끔히 사라졌다고 한다.
장 원장의 나병 환자 사랑은 치과 진료실을 비롯한 곳곳에 묻어 있다. 심지어는 치과 스탭을 채용할 때도 나병 환자 무료진료 동참을 조건으로 내세워 채용하고 있을 정도.
특히 나병 환자를 진료 할 때도 그들을 배려, 수술용 장갑을 끼지 않는다. 그는 환자들을 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상인들과 똑같이 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20년 동안 나병 환자들의 구강 진료를 한 노하우를 동원해 장 원장은 나병 환자들의 매우 열악한 구강상태에 놓여 있다고 말한다.
“단적으로 얘기해서 일반 병원 진료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각 지역 보건소에서도 이와 같은 환자들을 꺼려하고 결국에는 방치돼 상태가 계속 악화되는 거죠”
히 장 원장은 국가차원에서 나병 환자들을 비롯한 희귀한 질병을 가진 환자들의 구강보건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병 환자 진료가 마무리되면 무엇을 하겠냐는 질문에 “또 다른 불우한 이웃을 찾아 무료 봉사를 계획하고 있다”는 장 원장.
“장애인 진료센터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구강진료센터가 전국 곳곳에 설립되고는 있지만 매우 열악한 실정임에는 분명합니다. 중장기적으로 관할 정부기관과 협의, 과연 불우한 이웃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하겠습니다.”
20여 년 동안 쉼 없이 나병 환자 구강 진료에 매진한 장 원장. 봉사 진료를 언제까지 할 것이냐는 질문에 한 일화로 대답을 대신한다.
“병원에 내원한 적이 있는 초등학교 학생 한 녀석이 찾아와 학교 숙제라고 하면서 존경하는 인물 인터뷰를 하자고 해서 몇 마디 나눈 적이 있습니다. 봉사 진료를 언제까지 할 거냐고 묻기에 20년 후에 다시 찾아오면 그때 다시 언제까지 하겠냐고 물어보라고 했습니다.” 장 원장의 이와 같은 대답에 일종의 소명의식이 느껴진다.
장 원장은 선입견 없이 지켜봐 달라면서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를 하고 싶고 나병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조금 개선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용재 기자 yonggari45@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