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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40주년기념 특별기획/희망릴레이(20)]살며 봉사하며/노숙자 삶의 ‘작은 희망’ 밝히다

 

“제게 있어 ‘희망진료소’는 단순히 진료봉사의 공간이 아니라 나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공간이기도 하지요.”대전역 근처에 자리한 희망진료소는 의료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대전역 인근의 노숙자와 쪽방생활자, 실직자, 매매춘여성, 그리고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등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들이 진료 받을 수 있도록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와 자원봉사자 등의 도움으로 마련된 무료진료소다. 지난 2002년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김준효 원장(대전시 서울예닮치과의원)도 여기 희망진료소에서 진료봉사에 동참하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치아를 돌보고 있다.

 

 

노숙인·실직자·매매춘여성
의료사각지대 ‘사랑의 손길’
치과가족등 봉사자 늘어 뿌듯

 

시 사회선교센터 ‘벧엘의 집’ 담당목사인 원용철 목사님을 통해 희망진료소 얘기를 듣게 됐어요. 목사님이 말씀하시길 의과 진료 봉사자는 상당수 구했는데 치과진료 봉사자는 한명도 없어 걱정이라는 말을 전해 듣고 그 자리서 흔쾌히 해보겠다고 했죠.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내게 그런 용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김 원장은 “그동안 기독교인으로서 하나님의 사랑을 어떻게 전할까 고민해 왔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가 제게 주어진 것에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원장은 아무것도 갖춰지지 않은 치과진료실에 유니트체어를 비롯해 각종 치과기구를 손수 마련해 진료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진료에 필요한 모든 걸 혼자 준비하고 혼자 진료에 임하다보니 힘들기도 했지만 치과진료 실시에 대한 소문이 퍼지자 자원봉사자들도 많이 도와주고 있어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요. 물론 아직도 많은 손길이 필요하지만요.”
김 원장은 진료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은 바로 자원봉사자들의 잦은 이동이라고 전했다.
개인 사정도 있겠지만 보통 봉사자들이 몇 개월 후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고….
“진료에 손발이 맞을만 하면 사람이 바뀌는 경우가 많아 아쉬울 때가 많아요. 그래서 요즘엔 자원봉사자들과도 많은 대화를 통해 보다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얼마 전부터는 주위 치과의사들도 하나 둘 동참하겠다는 뜻을 전해오고 있으며, 일부 치과기공사도 함께 하겠다는 의견을 전해와 큰 힘이 되고 있다고 김 원장은 미소를 지었다.


한번은 대전역 근처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심한 충치와 치주질환으로 고통스러워했던 한 노숙 아줌마를 만나 반가운 얘기를 들었다. 이제는 어떤 음식이든 먹을 수 있어 정말 날아갈 것 같다는 것이었다. 또 한 노숙 아저씨는 그동안의 치과치료에 대한 보답을 하겠다며 막노동 등을 하며 힘들게 모은 돈을 가져오기도 했다.
러나 가끔 슬픈 소식들도 들렸다. 치과치료를 받던 한 노숙자는 알코올중독으로 결국 세상을 떠났으며, 한 할아버지도 각종 질환에 시달리다 추위, 배고픔 등으로 눈을 감았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김 원장은 “희망진료소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된 노숙자들 모두가 저의 진료를 받으면서 과거의 절망을 딛고 작은 희망을 가질 수 있기를 항상 기도하고 있다”면서 “하루 빨리 지역 시민단체와 행정당국, 전문가 등이 적극 협력해 노숙인 진료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쉼터나 무료급식소 등에서 노숙인 환자 조기발견 체계를 갖춰 무고하게 세상을 떠나는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고 소망을 전했다.
김 원장은 이번 설 연휴동안에는 교회 청년들과 함께 해외진료 봉사도 떠난다.
기회가 되는한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들과 영원히 함께 하고 싶다는 김 원장은 이들과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신경철 기자 skc0581@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