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나의 추한 모습과
다른 사람의 거북스런 행동에서
더 큰 용서와 사랑을 깨달아
며칠 밤을 자정을 넘겨가며 무엇을 쓸까 고민했지만 이런 저런 상념들만 떠오를 뿐 정작 원고의 주제조차 정하지 못 했다. 마감일이 코 앞으로 닥쳐 컴퓨터 앞에 앉아 일단 자판을 두드려 보기로 한다.
원고를 부탁 받던 그 무렵 마침 무언가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픈 깨달음이라고 할까 내 삶의 변곡점에서 외치고 싶은 소리가 있었을 때라 흔쾌히 수락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역시 글을 쓴다는 것은 특별한 글재주가 없는 나에게는 미루고 싶은 숙제였다.
그렇게 흘러 보낸 길지 않은 시간 동안에 그나마 여느 때보단 더 많이 내 삶 속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내 삶을 지배해온 것 들의 상당한 부분이 주변의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화되는 것들 임을 알게 되었을 때 과연 내가 세상을 향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초라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내가 그 당시 여러 사람에게 나눠 주고팠던 깨달음은 그냥 조그마한 체험담으로 나눠지길 바랄 뿐이다.
특별히 내세울 것도 없고 그렇다고 특별한 부족함도 없이 살아온 나는 나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분류해 놓고 있었다. 그런 나를 새롭게 들여다 보게 되고 그로 인해 며칠을 괴로워 하다 더 큰 사랑을 경험하게 된 잊지 못 할 사건을 통해 조금씩 더 아름다워지는 삶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 일을 통해 나 자신이 얼마나 추하며 또한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스스로를 선한 사람으로 여기며 착각 속에 도취돼 있는 가를 알게 되었지만 그런 세상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게 만드는 참된 “용서"가 무엇인지를 함께 알게 되었고 나 자신을 용서해 자유롭게 되는 치유의 경험을 얻은 것이다.
내 쪽에서 먼저 전화를 걸면서도 전화를 끊을 때면 무언가 찝찝하고 너무 내 얘기만 한 것 같아 왠지 그 사람으로 인해 피해 볼 것 같은 친구가 있었다. 일부 사람들 사이에선 없는 말을 지어내고 그리하여 친구 사이를 이간시키거나 남들이 서로 친하게 지내는 것을 시샘하며 모든 것의 중심에 끼이고 싶어 한다고, 좋지 않게 생각한 사람들의 뒷담이 있던 터라 일련의 몇 가지 내가 경험했던 일들을 그렇게 끼어 맞추며 또 사람들 말이 맞는 것 같아 속이 상한 적도 있었다. 또 다른 몇 몇은 그 친구를 아주 신뢰하고 있었고 나 또한 얘기를 나누고 있노라면 그녀 속에 푹 빠져들어 미주알 고주알 얘기하게 되는 터라 도무지 그녀를 파악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런 중에 둘 사이에 신뢰를 깨뜨릴 일이 터진 것이다. 해서는 안될 말을 해버린 것이 었는데, 그 친구에게 ‘정말 가까이 가고픈 친구이지만 왠지 다 얘기하면 내가 피해를 볼 것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에 많은 것을 얘기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하게 만드는 친구다" 라고 얘기해 버린 것이다. 그 말을 그 친구에게 하게 된 발단은 결국 그녀로 인해 타인이 나를 오해하게 된 일이 있어서였고 그 오해를 밝히려는 과정에서 내가 그녀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타인에게 얘기하게 되면서, 내가 다른 사람에게 그녀에 대해 한 얘기들을 말해주고 그 밑바탕엔 사람들이 말하는 그녀의 단점을 알게 해주고 그로 인해 분란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려는 뜻이 있었다.
그러나 나의 그 충격적인 고백은 전적으로 내 얘기에 귀 기울여주고 나를 몇 안 되는 신실한 친구로 생각했던 그녀에겐 너무 큰 충격이었을 테고 당연히 그녀는 나에게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었다. 나는 그녀와의 관계 속에서 그녀가 무언가 내게 실망을 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불안했었고 결국 오고야 말았으며 처음에는 그일이 결국 그녀로 인해 야기된 것으로 알았었지만 그 일을 통해 검증되지 않은 말 즉 누구를 신뢰할 수 없다는 말을 하므로 인해 알게 모르게 남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되었던 것이었고 그건 내가 그토록 싫어 했던 사람들의 분류 속에 나 자신이 속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것이었기에 며칠 밤을 꼬박 세우며 나 자신을 미워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