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스승을 모실 수 있었고 뛰어난 후배들, 우수한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었기에 40여 년간의 교직 생활은 한마디로 ‘행복’ 그 자체였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오는 2월을 끝으로 정년퇴임하는 고재승 서울치대 구강해부학 교실 교수는 40여 년간의 교직생활을 마무리하는 퇴임 소감을 이렇게 함축했다.
역시 치과계에 인품 좋기로 소문난 고 교수 다운 겸손하면서도 짤막한 퇴임 인사였다.
고 교수는 하지만 “평생을 바쳐온 뼈 연구에 있어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서 퇴임을 하게 된데 대해서는 사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털어 놨다.
얘기는 그렇게 했지만 이 역시 겸손함의 표현으로 고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최초로 선진 뼈 연구를 시작한 인물로 현재 국내 치과계가 뼈 관련 연구 분야에 있어 세계적인 수준으로 우뚝 설 수 있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지난 67년 치대 졸업과 동시에 무급 조교로 일을 하면서 조직학 공부를 시작한 고 교수는 이후 79년 미국으로 건너가 뼈 연구에 발을 들여놨다.
“당시는 국내 뼈 연구가 거의 전무후무한 수준이어서 잘만하면 의과에 못지않은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어요.”
결국 그렇게 시작한 연구에서 그는 평생 단 한번도 한눈을 팔지 못했고 40여년 교직생활을 오직 뼈 연구에만 전념하면서 국제 17편을 비롯해 국내외 학술지에 16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괄목할 만한 연구업적을 남겼다.
그리고 현재. 치과계에 임프란트 시술이 보편화되기 시작하면서 당시 별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경조직에 대한 연구는 이제 치과계에 없어서는 안 될 주요 연구영역으로 자리를 잡았고 그의 연구 성과 또한 더욱더 빛을 발하고 있다.
고 교수는 또한 대한기초치의학협의회의 초대 회장을 맡아 치과계 기초치의학간 통합 연구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각 학회 간 학술교류 활성화를 통해 기초학의 공동발전에 앞장서온 인물이기도 하다.
고 교수는 “기초치의학회들이 통합 연구를 통해 각 학회간 역량을 결집, 영세성을 탈피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학회를 창립했지만 각 학회마다 전통적이고 독자적인 학문 영역이 있다보니 사실 어려운 부분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상호간 조화를 이루고자 많은 분들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욱더 발전하리라 본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고 교수는 끝으로 “여러 세포들이 하는 일들을 관찰하다 보면 신비로운 생명에 대한 경애심이 절로 생기고 그 속에서 삶에 대한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다”면서 “많은 후배들이 경영이나 경제적인 부분에만 너무 치중하지 말고 보다 다양하고 넓은 영역에서 사람 사는 보람을 찾으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후학들에게 남겼다. 강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