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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8)Zeitgeist 그리고 동행/김영석

 

피해자들의 인권이 존중되고
그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릴 수 있는 사회를 기대하며…

 


월요일 오전 오늘은 그가 오는 날입니다. 그를 맞는 날은 그 전날부터 밤잠을 설쳐 항상 양쪽 눈이 짝짝이입니다. 젊은 의사는 긴장하면 평소보다 더 많이 웃는 습관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를 기다릴 때는 그나마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진료실 바깥의 하얀 벽에는 벌써 회색 공기가 가득한 듯 합니다. 젊은 의사의 큰 한숨과 함께 139번 그가 진료실에 들어옵니다. 이제부턴 전쟁입니다.
2006년 12월 텔레비전에서는 모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재소자의 치과진료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불합리한 행정체계를 탓하기도 하고, 치과치료를 담당하는 공중보건치과의사와 관련된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아무도 관심 없어 하는 작은 뉴스에 자꾸 저의 두 눈은 국회의원의 열띤 발언에 두 눈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2005년 4월 저는 그곳에 있었습니다. 공중보건치과의사로서의 첫 번째 임지는 파란 옷을 입고 있는 그들이 있는 교정시설, 보통의 우리들이 말하는 ‘교도소"라는 곳이었습니다. 수 많은 철문을 지나, 아니 사실은 그 철문들을 어떻게 지나왔는지도 모르겠지만, 지나는 동안 수많은 파란 옷을 입은 사람들을 만나며 그리고 경직되어 있는 검은색 제복의 교도관들을 만나며 저의 하루는 아니 일년은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교도소라는 곳이 이전에 아무것도 모를 때는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험악하게 생긴 탐욕스러운 교도관들과 헐벗고 항상 반성하고 있는 때로는 억울한 면을 갖고 있는 재소자라는 양 극단의 모습으로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교도소라는 곳이 아이러닉 하게도 재소자들에게는 상당히 자유스러운 곳이었습니다. 아니 교도소의 주인은 재소자인 듯 했습니다. 그들에게는 인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살인자라 할지라도 살인자에게는 인권이 있기 때문에 살인자는 자유롭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인권은 피해자를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를 위해서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독재정권 시대의 양심수들의 힘들고 가혹했던 인권 탄압으로 인한 법 행정의 개정과 개선의 결과가 어처구니 없게도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는 파란옷을 입고 있는 이들이 혜택을 받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재소자들에게 있어 이런저런 이유로 교도소 생활은 힘들고 어렵고 다소간 제약이 따르는 곳이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그들에게 그들을 돌아볼 시간적, 공간이 교도소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교도소의 생활이 힘들지라도 힘든 생활이 그들의 정서와 미래를 살찌우리라 생각했습니다. 인권을 들먹이는 재소자들에게 교도관들도 그리고 의료진들도 아무도 합법적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작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진료를 받는 수많은 그들에게 항상 물어보았습니다. 왜 이곳에 들어왔냐고. 아무도 자신을 탓하거나 혹은 수줍어 하거나 혹은 괴로워 하지 않았습니다. 죄명은 모두 달랐지만 대답은 모두 같았습니다. “재수 없어서."


의사들의 기본적인 진료권이 보장되지 않는 곳입니다. 진료행위는과학적 근거와 임상적 경험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협박과 회유에 대한 다소간의 배짱으로 맞서는 근력행위일 뿐입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건강하다 혹은 문제없다는 의사의 진단과 진료가 아닌 그들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들어주는 의사의 수용일 뿐입니다. 재소자들에게 무감각해진 교도관들과 함께 하는 공간에서 젊은 의사들은 때로는 정신적 혹은 육제적 위험과 고통을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루는 법무부에서 감사관님이 내려오셨습니다. 우연히 감사관님과 함께 하게 된 점심자리. 다행스럽게도 감사관님과 눈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 대한 문제, 행정적 체계에 대한 문제 그리고 제한된 진료권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겁없이 털어놓았습니다. 미성년자를 성폭행하고 혹은 귀한 딸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