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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0)처음처럼/정혜진

 

첫 출근때 마음 그대로
환자에 설명하는 습관을
이제부터라도 생활화해야
새벽 6시 30분


평소보다 일찍 눈뜬 나는 달콤한 이부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오늘은 나의 첫 출근이기 때문이다.
평소에 하지 않던 화장을 한 뺨 한 뺨 곱게 찍어 바르고 아침도 거른 채 높은 구두를 신고 어설픈 걸음걸이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하늘도 나의 첫 출근을 축하하는지 바람도 살랑 살랑 기분좋게 불었다. 아르바이트가 아닌 진짜 내가 면접봐서 당당하게 들어가는 곳이라고 하니 기분이 묘했다. 뭔가를 해냈다는 맘이 불끈 솟아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여러 가지 맘을 담고 병원으로 갔다.


난 “오늘 잘해야지" 하는 결의에 찬 모습으로 첫 진료에 들어갔다.
아직 잘 몰라 이것저것 배우며 재료들과 기구들을 익혔다. 그리고 선배의 말 한마디 놓치지 않으려고 수첩에 받아 적었고 과장님이 환자분에게 하시는 말씀도 생각나는 대로 적어서 메모했다.
그날 점심시간 병원 식구들과 병원의 시스템과 과장님의 진료 스타일 등을 말해주었고 나의 포지션을 알려주었다.
점심식사를 마친 후 오후 진료에 들어갔다.


오후, 나의 위치는 환자를 호명하고 자리에 앉히고 석션을 잡는 것이었다. 처음 한 두번은 잘 진행됐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마스크를 쓰고 하는 치과 진료에서 마스크를 넘어 들려오는 말소리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었다. 내 귀에 웅웅하며 정확한 단어가 들리지 않았다.
과장님은 나에게 “ㅇㅇㅇ 환자 준비하세요" 라로 말씀하셨고 난 환자 성이 ‘이"씨라는 것밖에 듣지 못했다. 대기실에 문을 열고 나가야만 했던 병원구조라 난 대기실에 대기환자가 몇 명인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속으로 “몇분 안 계실거야" 라고 생각하며 문을 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수 십개의 눈이 나를 쳐다보며 자기를 호명하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것이 아닌가! 다시 진료실로 들어갈까 하다 난 용기를 내서 작은 목소리로 “이 씨성 가지신분 계세요?"
환자 분들은 뭔 소린가 하며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모양이었고 홍당무보다 더 빨개진 난 도로 진료실로 들어왔다. 그래서 선배 치위생사께 말했더니 막 웃으며 다음 환자를 앉혀주었다.
의욕이 앞선 7년 전 나의 모습이다.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처음은 잊혀지지 않는 거 같다. 첫 출근 했을 때의 설렘, 처음 실수했던 모습, 치료했던 환자가 회복되는 모습 등 처음으로 인해 기억되는 일들이 참 많은 것 같다.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환자를 준비할 때 그때의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은 환자분께 지난번의 치료 후 아프지는 않았는지 오늘은 어떤 치료를 진행하실 것이라고 말도 건네는 여유도 생겼다. 하지만 그때만큼 열심을 가지고 있는지 되돌아본다. 7년이라면 짧지 않은 생활에서 이런 모든 것이 습관이나 그냥 직업으로만 생각하고 있는건 아닌지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걸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때 알아듣지 못하면 답답해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로 나도 그렇다. 7년 동안 나에게 이런 모습들이 많이 굳어져 버리진 않았을까?
특히 의료쪽은 일반 환자분께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물론 요즘 인터넷이 발달해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오시는 환자분들도 많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대다수의 환자분들은 잘 알지 못하시는 거 같다. 때로는 그런분들과 실랑이도 하고 여러 번의 설명으로 인해 지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환자분들에게 나의 그 첫 마음을 담아서 설명하는 습관을 이제부터라도 들여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쉽진 않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