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저무는 그랜드캐년의
시시각각 달라지는 모습에
넋을 잃고 구경을 하고…
3년전 경비행기를 타고 그랜드캐년 인디언마을을 구경한뒤에 이건 그랜드캐년의 본질이 아니다 싶어서 “내 언젠간 다시 오리라”하고 결심을 했더랬습니다.
한 10년뒤나 가능할 줄로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기회는 3년뒤에 오더군요.
먼저 그랜드캐년의 협곡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콜로라도강 뗏목여행은 1년전에 신청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협곡을 도보로 걸어 들어가서 캠핑을 하려면 4달전에 신청을 해야 합니다.
걸어가기 싫으면 뮬(당나귀와 말의 잡종, 뱀이나 야생동물을 겁을 내지 않아서 협곡여행에 적합하다고 함)을 타고 들어가면 되는데 그것도 3일전에 예약을 해야 합니다.
거의 한나절 걸려 L.A에 도착해서 친구집에 여장을 풀고 바로 그랜드캐년으로 출발, 8시간을 달렸지만아직도 그랜드캐년은 보이질 않았습니다.
꼬박 이틀을 비행기와 차속에서 보내게 되자 “이거 내가 너무 시간낭비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었지만 나중에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되었지요.
다음날 아침 다시 3시간을 달려서 그랜드캐년국립공원에 도착해, 비짓센터에 들러보니 폴뉴먼 닮은 친절한 아저씨가 인증서를 주면서 “다람쥐한테 밥주지 말고, 방울뱀 보고 놀라 고함치지 말고, 기타 등등 어찌나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시는지…”.
한국에서는 할 수 없는 협곡여행, 올라갔다가 “야호”하고 내려오는 등산과는 달리 협곡여행은 내려갔다가 올라온다.
우리 일행 여섯명중 성인 남자는 친구와 나 둘뿐이었다. 그래서 나혼자서 침낭 3개와 4인용 텐트를 짊어지고(서른살 이후로는 절대 배낭을 매지 않으리라 맹세했건만, 몇달이 지난 지금도 무릎을 꿇지 못할 정도로 시큰거리지만, 내려갔다온 것을 절대 후회하지는 않는다)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보인다는 브라이트 엔젤코스로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절벽을 따라 구불구불 5시간 코스를 내려가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친구 막내 딸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팔이 까지고, 친구 와이프와 처제는 탈진증세를 보이기 시작을 했습니다.
아침에 호텔에서 아침식사로 나온 던킨도너츠 비슷한 것을 나혼자만 24개를 먹었는데 여자들은 입맛없다고 먹지 않더니 드디어 탈진을 했군….
이대로 되돌아가야 되는게 아닌가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회복돼 드디어 4시간 반만에 인디언캠프장에 도착해 텐트를 쳤습니다.
잘 다듬어진 캠프장, 취사장. 그리고 곰들이 음식물을 가져가지 못하게 음식을 넣어두는 철재 캐비닛이 두개가 있고 전봇대 같은 것이 있는데, 배낭을 동물들이 뒤지지 못하도록 걸어두는 것이랍니다.
문제는 키 큰 미국인이 아니면 거기에 배낭을 걸 수가 없을 정도로 높게 만들어져 있더라는 것이지요.
지칠대로 지친 여자들을 놔두고, 어쩔수없이 친구랑 나 둘만 협곡의 중앙을 향해서 다시 발길을 옮겼습니다.
어느 정도 내려가자 확트인 공간과 함께 온사방 360도가 협곡으로 둘러싸인 장소가 나오면서 아래로는 초록빛의 콜로라도강이 굉음을 내면서 흘러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거기가 너무 좋아 가족들이 위에서 기다리는줄도 모르고 해가질때 까지 두시간 동안을 앉아서 친구와 이야기를 하면서 해 저무는 그랜드캐년의 시시각각 달라지는 모습에 넋을 잃고 구경을 하고 있었습니다.
예수께서 감람산상에 기도하러 올라가서 천국의 모습을 보여 주었을때, 예수가 수제자인 베드로에게 내려가자고 말을 하자 베드로가 “여기가 좋사오니”한 심정….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내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그 때의 감동을 기억하고 꿈틀거리는 것을 느낄수가 있습니다.
유 종 환
·한길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