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에 왜 뛰느냐며
수도없이 자신에 물었습니다
이제 그 질문에 대답할 시간입니다
이제 사흘이 남습니다.
2만명이 넘는 마라토너들이 참석하는 국제대회, 광화문에서 출발해 잠실운동장까지 서울의 도심을 가로지르는 멋진 코스를 가진 대회, 바로 동아마라톤입니다.
작년 12월부터 세달 반을 이 대회를 위해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훈련을 했습니다. 목동운동장을 가르던 매운 바람, 그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숨이 턱에 닿도록 달리곤 했습니다.
달리는 것만큼 사람을 치열하게 하는 게 또 있을까요? 느슨했던 삶속에 튕기면 소리가 날듯한 팽팽한 긴장의 끈 하나가 만들어집니다. 매일 새벽의 어둠속에서 운동화 끈을 조일 때마다 다졌던 각오, 오른쪽 무릎이 좋지 않아 저녁마다 아이싱을 하고 있으면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던 아내, 지천명에 다다른 나이에 새삼스럽게 마라톤 클럽에 가입해 쫓아가기 위해 저녁엔 헬스클럽에서 따로 근력훈련까지를 하던 오기, 목표로 했던 1000km를 달렸고 이젠 시합이 다가옵니다.
왠지 초조해지는 마음을 추스려봅니다. 수도 없이 내 자신에게 물었던, 그 추운 날씨에 새벽에 잠도 못자고 죽을 것 같은 고통을 참아내며 왜 뛰느냐 하는 질문, 그 질문에 대답할 시간입니다. 나는 아마 내 자신이 살아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비슷비슷한 만남과 편안함에 길들여져 조금의 힘듦도 참지 못하던 내게 경종을 울리고 싶었던 겁니다. 내 생애 가장 치열한 겨울을 보냈습니다.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집니다. 환자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나 요구를 해도 참고 설명할 수 있게 되고 힘든 환자만 계속되는 날의 저녁도 견딜만해집니다.
마라톤을 통해 ‘견뎌냄"이란 단어를 비로소 배웁니다.
달리는 건 견뎌내는 일이고 견디고 견디면 안 나올 듯싶던 결승점이 나옵니다. 그 치열함과 몰두, 모든 생각이 한점으로 집중되는 시간들, 지친 우리들에겐 아마 그것이 필요할 겁니다.
이제 사흘후면 난 달리게 됩니다. 종로를 지나 청계천을 거쳐 동대문과 어린이 대공원을 끼고 뚝섬을 지나 잠실대교를 건널 겁니다. 목표로 한 기록도 있고 함께 달릴 동료도 있으며 응원을 나와줄 친구도 있지만 그건 두번째입니다. 난 나 자신을 철저하게 사랑하기 위해서 달릴 겁니다.
아주 즐겁고 행복하게….
심장병 전문의사였다가 마흔 네살의 나이에 마라토너로 전환한 조지 쉬언이 쓴 ‘달리기와 존재하기’란 책의 한 귀절을 인용하며 글을 마칩니다.
내 진정한 목표는 참된 높이까지 이르는 것이다. 내 진정한 목표는 원래 내가 지녔던 존엄을 되찾는 것이다. 나는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 달린다. 거짓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