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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7)하얀거탑 과 봉달희/이철중

 


하얀거탑의 권위는 포기한지 오래고
인류의 건강과 생명의 보존을
천직으로 삼는 의사들이
격렬한 투쟁 일선으로 내몰리고 있다


1)

반세기전 국내 최초의 칼라 시네마스코프영화제작을 두고 김지미의 ‘춘향전’과 최은희의 ‘성춘향’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시장이 좁다보니 연예계의 경쟁은 지금도 여전해 방송 3사가 비슷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박 터지게 싸우는 일이 비일비재다. 인기리에 방영된 메디컬드라마 ‘하얀 거탑’과 ‘외과의사 봉달희’도 예외가 아니다. 사실 거탑은 병원이라기보다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 드라마다.
70년대 초 군의관 시절 세권짜리 번역판으로 읽은 기억이 나는데, 일본의 군국주의 역사와 독일에서 도입한 도제식 교육제도를 감안하더라도, 선임자가 수련의들을 집합시켜 ‘엎드려뻗쳐에 몽둥이세례’는 지나친 과장이다. 각과마다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는 교수 한사람이 절대적인 권위를 누리는 형식만은 여전한 것으로 안다.


메이저과 정(正)교수가 규모에 따라 열명도 넘는 우리 대학과는 사뭇 다르다.
전후 부흥기 일본에는‘하면 된다’는 성공이야기, 즉 CEO‘영웅 만들기’가 대세였다. 제철업계 회장, 정계 거물, 웅대한 전략을 기안한 대본영 참모에서 막부시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까지 대하소설이 줄줄이 쏟아져 나왔고, 이들은 경쟁적으로 과장된 표현을 일삼았다.
국내업자들은 해적판은 물론이요 제목만 바꾼 이중출판도 서슴지 않았다. 소설 거탑에서 보듯 최소한 일반외과 전문의(General Surgeon)가,  Great Surgeon이라며 자부심이 매우 높았던 것은 사실이다.


또한 서양에 비해 위암증례가 많은 일본의 명문대 교수가 세계최고를 자처한 것도 픽션만은 아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제일의 명예는, 그 뒤에 서울의대 고 김진복 교수에게로 넘어왔다.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위암조기발견이 자리 잡은 일본(거탑의 공이 크다) 보다 한국의 환자수가 더 많아진 탓도 있다. 이 기회에 한국, 아니 대전에 세계 최대의 암 센터 설립을 바란다. 원자력연구소를 비롯한 각종 연구소와 충남대학병원을 주축으로 인프라가 든든하지 않은가.


개업에 크게 성공해 대형병원 나아가 의과대학을 설립한 의사 중에 산부인과가 많다. 최근 이 학회는 본 이름을 잃고 ‘웰빙 및 여성 미용학회’같은 이름으로 열린다고 한다. 의료 환경에 천지개벽이 일어나 지원율이 높던 산부인과도 자부심 넘치던 대 외과도 수입이 급전직하하고 걸핏하면 소송에 휘말리니, 이제 우수한 수련의를 구하기조차 만만치 않은 3D 과목이 되었다.
어렵게 수련을 받아도 개업하면 대부분 아까운 솜씨를 그냥 썩히는 현실이 된 것이다. 돈벌이 수단으로 의료업은 이미 종친지 오래인데, 잘사는 전문직 자영업이라고, 이해와 배려는커녕 질시와 상습 탈세자 취급은 이중 삼중의 고통이다. 그 위에 ‘의약분업’같은 주요 정책마다 졸속처리, 강행하면서 고통은 더욱 가중된다. 


그리하여 90년대 중반이후 의료체계의 존립에 위기를 느낀 의사들의‘삭발’은 낯익은 풍경이 되었다.
하얀 거탑의 권위(dignity)는 포기한지 오래고, 인류의 건강과 생명의 보존(conservation)을 천직으로 삼는 보수중의 보수(conservatives) 의사들이 격렬한 투쟁 일선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2)

메디컬드라마로서 완성도는 ‘하얀 거탑’보다 ‘봉달희’편을 들고 싶다. 개성이 곧 상표인 탤런트에게 실례를 무릅쓰고 굳이 분류한다면, ‘거탑’의 김명민이나 ‘봉달희’의 이범수 두 사람 다 박신양 계열이다. 아담한 키, 오기에 찬 꼿꼿한 자세와 날카로운 눈매로 카리스마가 넘친다. 미간의 주름은 보너스다. 주름에는 첫째 병마에 시달리는 고통의 주름, 둘째 엄숙내지 오만의 주름, 그리고 한 가지 일에 열중하는 집중(rapt concentration)의 주름이 있다. 그중 김명민은 둘째 오만의 주름으로, 이범수는 셋째, 즉 집도의로서 수술에 몰두하는 집중력의 주름으로 느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