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변해버린것은
세월 탓도 누구 탓도 아닌
바로 내 탓이라는 것을…
우 희 선
·수원여자대학 치위생과 전임교수
초심이란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처음에 먹은 마음”이라고 돼 있다.
나는 타성에 빠질 때면 항상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노력을 한다.
부산에 계시는 신부님이 지은 시 ‘맛’ 한편을 써 내려 가본다.
맛
밥은 밥맛을 내고
물은 물맛을 내고
혀끝에 감기는 순간
꿀맛도 되고 소태 씹은 맛이
되기도 한다
어제는 살맛나던 것이
오늘은 죽을 맛인 것은 세상 탓이 아니다
어제와 달라진 혀끝 때문은 아닐까
치위생과 학생시절에 막연하게 10년은 임상경험을 채우리라 마음먹었는데, 어느덧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와 버렸다.
임상에서 일하는 10년동안 울고 웃고 참 많은 일들이 머릿속에서, 마음속에서 느껴진다.
추억으로 내 가슴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돌아보면 뒤도, 옆도 보지 않고 바로 코앞의 점을 중심으로 계속 달려온 듯 하다.
내가 달리면 달릴수록 그 점은 나를 약올리듯이 또 저만치 달려가 있곤 했다.
예전 학생시절의 나는 치면세마실습시간에 처음으로 scaler를 잡던 날, 손은 부들부들~ 심장은 쿵!쿵!
피라도 묻을라치면 울먹였었는데, 지금의 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새내기 치과위생사 시절 나는 지나치다 싶을정도로 마취주사시 환자의 두손을 꼭 잡아주었고, 또 그 얼마나 설명은 자세하게 해 드렸는지….
그러나 지금의 나는 아주 가끔 환자들에게 “이사람 왜이리 불친절해”, 학생들에게는 기계처럼 똑같은 설명을 반복하고 있는 변해버린 나의 모습에 스스로 놀라곤 한다.
강의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열정들은 점점 사라져 가고, 두려움과 버거움의 비중이 커지는 이런 변해버린 모습을 난 스스로 나의 탓이 아닌 남의 탓으로 돌린다.
너무나 똑똑해진 환자들 탓, 능력있는 치과위생사의 개념을 바꾸게 한 치과의사 탓, 개인주의로 변해버린 학생들 탓….
사실은 그 누구의 탓도, 세월이 흐른 탓도 아닌
내 자신이란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