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기 원장(인천 인향치과의원)은 한달에 두 번 일요일의 여유로움을 뒤로 한 채 인천 남동공단 내 설치된 치과 진료소로 진료 가방을 챙긴 채 길을 나선다. 휴일 강행군으로 인해 지쳐 있을 법하지만 그의 소망은 무료 봉사 활동 지원자들이 늘어 더욱 많은 수의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란다. 그의 작은 소망에서 치과의사로서의 일종의 소명의식이 느껴진다.
“마음으로 하는 진료 즐겁고 보람”
김승기 원장과 함께 남동공단 외국인 근로자 진료를 하는 치과스탭들이 진료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월 2회 남동공단 외국인 근로자에 인술
해외·농어촌 봉사… 장비 직접 구입도
원장이 인천 남동공단에서 진료를 시작한 해는 지난 2003년. 해외 근로자 치료를 위해 사재를 털어 포터블 체어와 진료에 필요한 기구 등도 사재를 털어 구입했다.
재정적으로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뿐. 봉사도 마음에서 우러나야 하는 것으로 즐겁고 보람돼야 한다”면서 평소의 봉사 지론을 담담히 풀어놓는다. 수 년 동안 남동공단에서 진료를 하다보니 그들의 애환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남동공단 내에서 일하고 있는 해외 근로자들의 대부분은 고향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한국으로 온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만큼 경제적으로나 신분적으로 의료 환경의 사각지대에 있을 수밖에 없겠죠. 진료 할 때는 치과의사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환자들과 함께 어울릴 시간이 되면 때로는 형처럼, 때로는 오빠처럼 대하곤 합니다.”
이미 김 원장은 남동공단 내에서 ‘닥터 김’으로 외국인 근로자 사이에서 유명 인사가 된지 오래다. 그의 털털한 성격 탓에 그를 따르는 외국인도 생겨났을 정도다.
공단 내 설치된 치과 진료실에서는 스케일링과 같은 기본적인 진료에서부터 근관치료, 레진, 임시치아 등 웬만한 치료는 자체에서 해결한다. 가끔 어려운 케이스가 있으면 자체 치료가 어렵다고 판단, 직접 김 원장의 치과의원으로 와 진료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무료 봉사 진료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치과 장비의 열악함과 인력이라고 강조하는 김 원장.
“진료를 하다보면 가끔 유니트 체어가 없는 경우도 발생하곤 합니다. 하는 수 없이 침대에 그냥 환자를 눕히고 치료를 합니다. 정상적인 진료의 경우 스탭 1명이면 족할 것을 침대에서 하면 스탭이 무려 4명이 매달려 진료를 하는 기형적인 진료 형태가 연출되곤 하죠.”
특히 그의 인술은 남동공단에 그치지 않고, 국내 농어촌과 해외 동남아 등지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해외 무료 봉사 진료를 하다보면 가장 안타까운 일이 살릴 수 있는 치아를 발치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김 원장.
“환자들에게 신경치료를 하면 언젠가는 다시 치과진료를 받아야 하니까 다시 올 필요가 없게 뽑아 달라고 말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저는 치아를 살릴 수 있다고 설명하는데 그냥 막무가내로 뽑자고 하네요... 이런 경우 치과의사로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김 원장은 또 인도네시아 무료 진료 중 지금까지 음식을 어떻게 저작 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심각한 지경의 20대 여성도 경험하기도 했다. 결국 그 여성에게 의치를 해 주긴 했지만 열악한 주변 환경을 볼 때 구강 상태는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고.
그가 무료 봉사 진료 차 방문한 나라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동남아의 대부분의 나라가 여기에 속한다. 포터블 체어와 치과기구를 챙기고 외국으로 나가는데 공항 세관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들려주는 김 원장.
외 진료 차 공항을 통과 할 때 포터블 체어와 같은 치과 관련 기구들로 인해 세관 통과가 안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특히 언어가 안 통하는 외국의 경우 공항에서 몇 시간을 기다린 적도 있었죠.”
이와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치과 진료를 못 받는 국내외 불우한 이웃 진료를 해주고 나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환자의 감사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