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7 (화)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1254)그냥 한 번 멈춰서기/홍원집 웰리드 치과의원 원장

 

주변 사람들이 달라지고
마음도 조금씩 풀리니
오늘도 나의 멈추기는 계속된다

 


나이 40이 넘어가는데도 아직까지 뒤뚱뒤뚱 거리고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살다보니, 이거 좀 어떻게 편하게 살 수 없을까 하고 두리번거리다가 어디 가서 얻어 들은 풍월이 한번 멈춰서 보라는 것이었다.
그래 까짓것 뭐 돈 드는 일도 아니고 효과가 그렇게 좋다는데 한번 멈춰서 봐야겠다하고 독한 맘 먹고 시작해본다.
그런데 어디서 멈춰서야 하는걸까, 딴에는 한가한 고민을 잠깐 하는 동안에 멈춰 설 일들이 구름같이 몰려온다.


한 소리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게 하는 환자 앞에서도 성질 안 부리고 한번 멈춰서 보고, 다른 환자 봐야하는 데 울고 울고 또 우는 아이 앞에서도 숨 한번 고르고 멈춰서 보고, 진료비 한 푼이라도 깎아 보겠다고 매달리고 매달리는 아줌마 앞에서도 멈춰서 이야기 들어주고….
한숨 돌리고 나니 뽀로통해 있는 직원들 얼굴이 또 나에게 멈춰 설 일이 여기에도 있다고 손짓하고 있다.
환자한테 열 받고 같이 일하는 이들에게 열 받고…그래도 멈춰 서서 생각해보라 했으니 힘들기는 해도 멈추기는 멈춘다.  
정말 성질 같으면 확 어떻게 해버리면 좋으련만….


진짜 독한 맘 먹고 시작했다만 정말 이러다가는 내가 울화통이 터져 어떻게 돼 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고 은근 슬쩍 걱정이 되기도 한다.
어찌 어찌 집에 들어오니 여기도 멈춰 설 일이 너무 많다.
맨날 술 먹고 밖으로 도니 마나님 눈치가 보여서 여기도 멈춰 서서 미주알고주알 일상사에 얽힌 이야기를 밀린 숙제 하듯이 다 들어줘야하니 멈춰야 하고, 이제는 제법 커서 머리 굵어가는 아들이 뭔 생각하는지도 궁금해서 멈춰서야 하고 다섯 살이나 어린데도 기어이 오빠랑 맞먹겠다고  아웅다웅 하다가 힘에 부쳐 눈물 바람 하는 딸내미 하소연을 듣기 위해서도 멈춰야 한다.
그리고 이젠 그만 좀 하셔도 좋으련만 잊을 만하면 가끔씩 서운한 마음을 보이시는 노마님도 나를 멈춰 서게 한다.


그러다가 가끔씩 혼자 있는 시간에도 멈춤은 계속된다.
이번에는 아까 것들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바로  내안에 있는 뭔가가 나를 멈추게 한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지금 이렇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건가, 이렇게 사는 것이 원래 내 생각대로 잘 해나가고 있는 건가, 아니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번 대답해보라고 그만 달리고 멈춰서 보라고 붙든다.
“에이, 뭐가 이리 복잡해!” 소리 한번 지르고 소주 한잔에 잊으려 해도 잠깐 그 순간뿐이고 술 깨면 또 멈춰 설 생각이 그림자처럼 착 달라붙어 따라 다닌다.
이 정도 되면 거의 녹초가 돼서 멈추기를 포기해 버릴까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나의 멈추기로 주변 사람들이 조금씩 달라지는 걸 보면 마음도 조금씩 풀리면서 한편으로 잘했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계속해봐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확실히 성질내고 사는 것 보다는 나은 것 같다는 생각에 오늘도 나의 멈추기는 멈추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