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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4)내일도 힘차게 출근할 수 있는 이유/원준영

많은 일들이 우릴 힘들게 해도
다시 진료에 임할 수 있는 힘은
소중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로 치과를 개원한지 어느덧 5년째다. 개원을 한지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개원치의로서 요즘같이 기운 빠지게 하는 소식과 사건들을 많이 접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본인의 동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일부 근로자들의 편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모든 환자들의 진료비 수납자료를 강제적으로 제출하라는 소식, 진료비 할인을 허용하고 이를 광고해 환자를 유치하라는 상식밖의 의료법을 강행하려고 한다는 소식, 구강보건이라는 분야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지 겨우 자리 잡아가고 있는 구강보건팀을 과감하게 해체해 생활위생팀의 일부로 포함시켜 버렸다는 소식, 치과의사들은 상습적인 탈세직종으로 보는지 세무 투명화라는 명분아래 각종 조치를 시행한다는 소식, 개원치과의 현실적인 상황은 무시한 채 치과의 각종 기구, 장비가 마치 세균의 온상인 것처럼 방송해서 각종 소독기계 회사들만 재고가 동이날 정도로 바쁘게 만들었던 사건, 임플랜트의 원가가 얼마인데 치과의사들이 몇 배의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하는 뉴스, 구인광고를 몇 달씩 내도 직원을 구할 수가 없고 겨우 면접을 보러 온 지원자에게 원장이 면접을 보는 건지 아니면 면접을 받는 건지 제대로 헷갈리는 아리송한 현실, 최근에는 몇 년 전에 이미 지급한 건강보험료가 기준적용이 잘못되었다며 환수조치를 취하겠다며 공단에서 날아온 편지….


진료를 하면서 환자의 구강상태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시켜주기 위해 고민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진료를 하는 치과의사의로서 당연하고 행복한 고민이겠지만, 이런 소식과 사건들을 접하면서 요즘 대한민국에서 치과의사로서 치과를 운영해 나간다는 것이 힘들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런 맥빠지는 일상들 속에서도 나에게 힘을 주는 일들이 있다.
우리 치과는 어린이들의 구강건강관리를 위주로 하다 보니 가끔씩 진료를 받으러 오면서 치과의사 선생님께 드린다며 카드를 써 가지고 오거나, 당돌(?)하게도 치과의사인 나에게 사탕이나 과자를 가지고 와서 주고 가는 어린이들도 있다. 비록 글씨가 삐뚤빼뚤 엉망인 카드고, 다 부서진 과자지만 그런 사소한 것들이 일상의 피로를 풀어주고 지쳤던 나의 몸에 활력을 솟게 한다.


또 얼마 전에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이 어버이날을 맞아 아버지에게 편지를 써서 가지고 왔는데(아마 담임선생님께서 불러주셔서 쓴 편지라고 짐작은 되지만) 편지에 자기는 이가 아픈 아이들을 치료해 주는 아빠가 자랑스럽다며 자기도 크면 치과의사가 되겠다고 하는 내용의 편지였다. 이런 편지를 받아본 부모님들은 다 같은 기분이겠지만 흐뭇해서 “아들아, 아빠가 요즘 치과에 힘든 일이 많아 기운이 없었는데 너 때문에 내가 힘이 난다”라고 했더니 우리 아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치과에 가서 아빠 진료하는 동안 옆에 있겠다고 한다. 그러면 아빠가 자기 때문에 힘이 나서 아이들 치료를 잘 할 수 있지 않겠냐고. 순간 밀려오는 작은 감동.
많은 일들이 우리를 힘들게 해도 기운을 내서 내일이면 다시 치과에서 진료에 임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진심을 알아주고 사랑해 주는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