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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5)‘하얀거탑’은 끝났지만…/임 신 규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총무이사

 
몸의 생명은꺼져가지만
마음의 생명은 살아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고…

 

‘하얀거탑’은 권력과 명예를 향한 인간의 욕망, 의료계를 둘러싼 야욕의 전쟁터로 묘사되는, 일종의 의사들의 정치이야기라 할 수 있다. 권력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장준혁과 모든 일에는 정도가 있다고 굳게 믿는 최도영을 중심으로 갈등과 대립, 계속되는 긴장 국면으로 스토리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진행된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가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종방연에서 장준혁 역의 김명민이 마지막회를 찍고 나서 역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옥상에서 뛰어 내릴 뻔했다던 인터뷰는 아직도 머릿속을 맴돈다. 실제로 일본원작 1978년판 하얀거탑에선 장준혁 역을 연기했던 타미야 지로가 캐릭터에 몰입한 나머지 엽총으로 자살한 사건은 너무나 유명한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를 고르라면 “과장님 따라가려면 어떻게 해야합니까?" 라는 질문에 “어떻게라는 생각을 버려. 조건없어. 무조건이야. 쉬지말고, 놓지말고 끝까지 붙어. 그럼 결국 내 것으로 만들수  있어" 라는 장준혁의 대답을 고를 수 있다.
이 대사는 권태기와 무기력증에 빠질 수 있는 공중보건의사 생활을 하고 있는 필자에게 머리에 충격을 받은 듯 강한 자극을 주었다. 성공을 위한 치열한 노력과 열정으로 최고의 외과의사가 된 장준혁의 모습은 필자에게 의사로서의 모델상을 어느정도 제시해준 셈이다.


 이렇게 정말 흥미롭고 감명깊게 본 하얀거탑이지만 몇가지 아쉬운점도 있었다.
우선 인물들의 캐릭터 설명이나 갈등요인의 충분한 설명이 부족한 채 숨가쁜 스토리전개에 중점을 둔점이 아쉬웠다. 그런 설명들이 극적인 전개에 추가됐다면 더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다음으로는 정치적인 요소를 메디컬과 연관시키다 보니 현실과 동떨어진 점이 있었다.
일례로 회식장면은 항상 고급 일식집과 와인바 등에서  럭셔리한 모습으로 비쳐져 일반시청자들이 보기엔 의사를 사치적이고 소비적인 모습으로 오해할 소지가 많았다.
이런 점들에도 불구하고 하얀거탑은 그 이상의 흥미와 스토리전개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으로 드라마의 한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마지막부분에서 옛 스승인 이주완 과장이 장준혁의 암 수술을 집도한다는 설정은 인생의 반전과 화해를 보여주는 백미가 아닌가 싶다. 또한 들소같은 성공의 극한 집착으로 시청자의 원망을 사면서도 죽음이라는 벽에서는 오히려 담담함과 삶의 고찰을 보여주는 장준혁의 캐릭터는 인간의 이중성과 딜레마를 함축했다고 할 수 있다.  암은 ‘과장 장준혁’의 생명을 끝장내는 치명적인 타격이었지만, ‘인간 장준혁’의 입장에서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고 몸의 생명은 꺼져가지만, 마음의 생명은 살아나게 만드는 기회였던 것이다. 장준혁의 삶에 대한 집착도 진솔한 것이지만, 삶을 달관하고 자신의 과오를 드러내며 가장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진솔하다고 할 수 있다.
어느 신문에서 본 문구처럼 장준혁은 죽어야 사는 남자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