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진은 나의 일상
주말이면 난 ‘외도’를 한다
또다른 나를 찍으러…
밤12시. 약속장소에 하나둘 지인들의 얼굴이 보인다.
“아, 형님! 잘 지내셨죠? 안 피곤하세요?"
“응, 옷은 따뜻하게 챙겨 입고 왔나?"
“ㅎㅎ, Yes, Sir!"
경북 청송 주산지로 사진촬영을 위한 동호회 회원들과의 모임.
봄에 이어 두번째이지만 또다른 주산지 모습의 기대감에 계속되는 야근이었지만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기 아쉬워 장거리라도 출사를 감행하기로 맘 먹고 10월이지만 두꺼운 옷가지를 챙겨 차에 올랐다.
부산에서 약 4시간여 거리였지만 다들 사진 이야기와 기대감으로 힘든줄 모르고 청송에 다달아 주산지에 거의 도착할즘 노루 한마리가 국도로 뛰어나와 새벽잠을 깨운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선발대로 간 이들이 새벽이슬을 맞으면서도 반갑게 우릴 맞아주고 컵라면에 초코파이로 야식을 하며 가볍게 소주한잔 하니 새벽 칼바람도 잠재워 준다.
주차장에서 주산지로 서서히 이동하며 어둠속 침묵을 깨우는 발자욱 소리와 회원들의 웃음소리가 어둠속에서도 환하게 비쳐지는듯 하다.
주산지에 올라 각자 위치에 삼각대를 고정하고… 이제는 기다림이다.
아직 해가 뜰려면 몇 시간은 더 기다려야 하지만 무심코 본 하늘엔 도심속에선 볼 수 없는 수많은 별들이 맑고 투명함으로 나를 반기는듯 하고 별똥별이 떨어질땐 주위의 탄성과 더불어 “야, 로또사자"라는 어느 회원의 한마디가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어 버린다.
그렇게 기다리다 잠시 선잠을 잤다. 주위의 웅성거림에 잠을 깨니 어둠을 헤치고 서서히 여명이 밝아 올 무렵, 주위에서 셔터음이 아침을 깨운다.
셔터음 소리. 이 순간은 그 어떠한 음악 보다도 아름답고 가슴을 뛰게 하는 소리가 아닐 수 없다. 뷰 파인더로 구도를 잡으며 나 역시 셔터를 눌러대며 그 리듬에 동참한다.
이 짧은 순간을 위해 그 멀리서, 밤잠 설쳐가며, 기다리고 기다려 왔는데 사진을 찍는 그 순간은 너무나 짧고 어쩌면 허탈감마저 가질지 모른다.
하지만 모니터속 사진과 인화한 사진들을 보노라면 말끔히 사라져 버리고 또다른 기대감과 설레임으로 다가온다.
촬영을 마치고 청송달기 약수물에 요리한 백숙으로 아침끼니를 채우고 잠시 쉬었다 다시 우린 우리네 일상으로 돌아 온다.
돌아 오는 내내 회원들 모두 피곤한 모습이지만 카메라를 만지작 거리며 그날의 기억을 담는 모습이 비쳐진다.
아마 나 역시도 같은 모습이었으리라….
사진을 알기전에는 몰랐던 그 맛!
이제 사진은 조금씩 나의 일상 한자리를 차지하는듯 하다.
그래도 업무시간이면 쉐이드와 형태로 고민하고 구강사진도 열심히 찍는다.
주말이면 난 또다른 나를 찍으러 외도를 한다.
이번 주말엔 어디서 외도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