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7 (화)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1270)“정분을 나눕시다”/이미연


그저 자주 만나고
만나다 보니 의지가 되고
더욱 돈독해질 수 있어 기쁩니다


“딱… 딱…”
규칙적인 칼도마 소리에 잠이 깬 6월 6일 아침이었습니다.
영등포분 구 7개구 체육대회가 있었던 날로, 먹거리 책임을 맡은 ‘딸년’의 일을 예외 없이 대신 하시는 어머님 때문 이었지요.
휴일 아침 늘어진 마음자리를 추스르며, 도란도란 준비하는 과정을 시작으로 하루를 열었습니다.
체육대회 장소인 목동 운동장에 들어서니 개회식 행렬을 뒤로 하고 내 양손의 무게를 덜어주려 뛰어 나오는 젊은 선생님들 모습이 친정 동생처럼, 친한 후배처럼 어찌나 정겹던지 표정 없던 얼굴이 거짓말처럼 살아납니다.


이어 마주한 선생님들과 목례를 주고받으며 역시 남모르는 미소가 입가에 맴돌았습니다.
꿔다놓은 보릿자루 마냥 그 자리가 어색했던 예전의 제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지요.
여기 저기 오랜만의 만남을 나누는 표정과 옷차림이 편안하고 가벼워서 젊고 순수했던 시절이 잠깐 스치기도 하였습니다.
전문 체육인은 아니지만 체육대회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게 열심히 예선, 본선 과정을 치렀습니다.


이미 월드컵 4강 , 프리미어리그 수준에 익숙해져 버린 눈높이 때문에 좀 체로 안 들어가는 승부차기가 본시 키퍼에게 유리한 싸움인지 잠깐 혼돈스러웠지만, 모든 걸 잊고 공 하나만을 쫓아 뛰어 다니시는 선생님들 모습이 행복해 보였습니다.
내일 당장 안 쓰던 근육 때문에 고생일망정 줄을 잡고 힘을 모으던 그 모습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날쌔게 달리시던 이어달리기와 네 아이, 내 아이 할 것 없이 소중한 우리 아이들이 참여했던 명랑 운동회를 끝으로 흥겨운 하루를 마무리 하였지요.
성적이 무슨 대수 이겠냐마는 제가 속한 구로구회가 전에 없이 좋은 성적을 내어 한껏 흥겨운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치과의사 체육대회의 본질이 성적, 상금에 있지는 않을테지요.
어렵기만 하던 선배 선생님들과의 거리도 좁혀보고, 깍듯이 대해야 편안했던 젊은 선생님들과도 살짝 내려놓는 예절의 무게만큼 친근해질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무엇보다 엄마의 혹은 아빠의 모임에 참석했던 아이의 얼굴에서 소속원으로서의 뿌듯함과 부모에 대한 자랑스러움 같을 것을 읽을 수 있었다면 더할나위 없을 것 같군요!
저의 경우 애초 참가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 이었습니다.
커가는 내 아이에게 엄마의 사회적 환경과 위치를 알리고 바른 이해를 돕기 위한 방편 이었지요.
바쁘다 보니 언제나 급하고, 대부분 지쳐 있는 모습에 익숙해서 다소 왜곡되어 있을법한 엄마의 자리매김을 제대로 하고픈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유는 제각각 이어도 좋습니다.


그저 자주 만나고, 만나다 보니 의지가 되고 돈독해질 수 있다면, 그래서 별 이해관계가 없어 소원해지기 쉬운 개인 치과의사들이, 공동체라는 공감대를 엮을 수 있다면 우리가 6월 봄 하늘을 이고 함께한 시간들의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의식 없는 지식인으로 사는데 익숙한 이선생이 너무 멀리 와버렸나 봅니다.
‘녹음이 무성한…’으로 시작할 법한 논리 정연한 글이 아니어도 끝까지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메시지를 한 번 더 전합니다.
“자주 만나 정분을 나눕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