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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6번째)내게 검도는…/김경숙 제주명치과의원 원장

 

‘맞으면 감사하고 때리면 반성하라’
  이것이 바로 ‘검도의 철학’이다
 세상사도 이런 마음으로 살고 싶다


내게 검도는… 뭘까?
보기에 멋지고 하고 나면 땀나서 개운한 운동?
우리 치과의사들이 평소 잘 안쓰는 근육을 골고루 활용시켜 주는 고마운 운동?
나이들면 늘어나는 나이 살을 줄여주는 특별한 운동?
소리지르며 냅다 때리는 스트레스 날리기 운동?
땀범벅으로 피부대사가 활발해져 맑은 피부를 만드는 피부정화 운동?
한번 들여 놓으면 헤어나기 힘든 매력 운동?
내가 검도에 입문한 건 40을 바라보는 가을이였다. 매일 매일이 어제같고, 내일같을 거고 의욕도 서서히 줄어가고 있을 때였다고 기억한다. 신문에서 우연히 발견한 기사 때문에 발을 들여 놓은 검도 도장.


처음 어리바리해 체육복 입고 냄새나는 낯선 도장에서 죽도를 휘두르기하던 시절을 지나 일년만에 초단을 따고 혼자 감회에 젖어 흐믓했던 날을 잊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이 앞으로의 험난한 무사의 길(?)을 암시함을 몰랐다. 그로부터 십수년 팔뚝 곳곳에, 손등 여기저기에 드는 멍은 애교. 무수히 찢어졌다 군살됐다를 반복하는 발바닥과 가끔 생기는 수상한 목의 상처. 상대와 격렬하게 부딪치면 피멍드는 발톱들, 굵어지는 좌우 팔뚝, 신체적 물리적인 고통만이였을까?


죽도를 들면 상대가 누구든 혼신으로 대하는 나쁜 성격 때문에 받은 수많은 좌절과 눈물의 세월(?). 어린 아이에게도 틈을 보여 맞고 두배나 됨직한 청년들에게 밀려 자빠지고 깨지고 사범님에게 달려 들어 아무리 용을 써도 한 대도 못치고 약올라 눈물만 나오고… 해도 해도 안되는 기술들, 나이라며 위안하지만 위안 받기엔 자존심이 허락지 않아서 또 좌절. 이것이 내가 원했던 일인가? 힘들고 아프고… 험난한 무사의 길?


그러나 세상 모든 일에는 양과 음이 있는 법, 여자이지만 남자 못지 않는 단련된 팔뚝으로 진료하는 것은 기본.크라운 들고 갈다가 날릴 땐 날렵하고 잽싸게 손과 눈을 동원해 잡는 순발력, 꼿꼿한 허리와 쉼없이 올리는 팔, 민첩한 발놀림으로 우리의 직업병인 허리 통증과 어깨 결림, 다리 약해짐은 남의 얘기, 여자라서 가끔 느낄 수밖에 없는 범죄(도둑, 치한 등)에 대한 배짱, 자신감, 나이들어 오는 무력감이나 허전함이나 만사 귀찮아 짐도 자신있게 대처하는 강인함, 가장 중요한 건 끊임없는 수련을 해야 하기에 자신의 몸에 귀기울일 줄 알게 되고 몸이 전해 주는 말에 머리와 가슴이 함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


작년에 14년 만에 5단이 됐다. 공부할 때도 안 흘렸던 코피에 최고조에 솟던 긴장감을 누르고 승단하니 너무나 기뻤다. 진짜 눈물이 나오고 선생님께 감사했다. 이렇게 오래하리라 생각 못했던 한가지에 매진했다는 사실에 놀랐고 목표를 달성했다는 만족감에 놀래 좋아했다.


검도하는 순간만은 주변을 잊게 되고 그래서 정신을 정화되는 느낌, 마음 한가운데가 단단해지는 그래서 속이 차져가는 느낌, 숨이 차올라 가슴이 터질 듯하고 다리가 저릿하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순간에 상대를 치고 나갈 때의 느낌, 한번도 같은 날이 없듯이 한번도 같은 느낌의 칼을 쓸 수 없다는 무한대의 막막함, 땀을 흘린 후의 뿌듯함, 허전함….
뒤돌아보면 한가지는 이뤄 가고 자신에게 기특함의 상을 주고 싶다.


검도의 좋은 말 중에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맞으면 감사하고 때리면 반성해라!’ 왜 맞으면 감사해야 돼? 못치고 맞으면 난리쳐야지? 그리고 정작 자신이 때리면 왜 반성을 해야 해? 좋아 날뛰어야지? 아니다. 맞으면 자신의 결점이나 약점을 지적해 주는 좋은 기회를 준 것이므로 감사해야 하고 때리면 혹 자신이 나쁜 무엇으로 혹은 속임수로 치지 않았나 혹은 어쩌다 검리에 맞게 쳤나 다시금 돌아보게 해서 반성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세상사 이런 마음으로 살고 싶다. 이제 다시금 기본으로 간다. 수만 번의 단련, 승부는 일순간이므로 그 일순간을 향해 끊임없이 수련해야 한다. 평생 검도,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