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와 싸우는 것은 힘들지만
바다 한복판에서 바라보는
해수욕장의 전경은 새로운 느낌
약 5년 전부터 달리기를 본격적으로 연습했고, 풀코스에 도전해 무사히 완주도 했었다. 마라톤 연습을 할 때 약 10km정도를 달리면 왼쪽 팔이 저려왔지만 그냥 혈액순환이 잘 안되어서 그런가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계속 달리기를 했다. 그러던 중에 다른 치과원장이 경추디스크 때문에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니 모두들 환자를 너무 많이 봐서 그렇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원장이 말하는 증상이 나와 똑같은 것이었다. 나에게 빨리 정형외과에 가서 검사를 해보라고 충고를 해주었다. 설마하면서 검사를 해본 결과 경추사이의 간격이 매우 좁아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당장에 죽을 병은 아니었지만 쉽게 낫지도 않는 병이 있다. 경추에 충격을 주는 마라톤, 골프, 축구, 농구 등은 하지 말아야하고 진료를 할 때에도 자세를 바르게 해야 한다고 정형외과 의사가 설명해 주었다. 치과대학에 들어간 이후로 축구, 등산 등을 즐겨하고 개업하고 난 뒤에는 달리기, 골프 등을 하며 운동을 가까이하고 살았는데 운동을 그만두고 쉬라고 하니 갑자기 어쩔 줄 모르게 되었다. 단지 이야기를 안했을 뿐이지만 경추디스크 때문에 고생한 동료 치과의사가 예상외로 주위에 많았다.
동료들의 처방도 여러 가지였는데 등산과 수영은 해도 괜찮은 운동이고 증상완화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에는 일치했다. 그래서 실내수영을 약 1년간 꾸준히 하니 가끔 팔이 저리는 증상은 그대로 있었지만 더 나빠진 것 같지는 않았다. 실내수영이 조금 지겨워질 무렵에 수영을 십년이상 계속한 사람들이 바다 수영을 하면 또 다른 재미가 있다고 하면서 일요일 새벽에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나오면 가르쳐주겠다고 했다. 실내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다가 힘들거나 숨이 찰 때에는 그 자리에서 서면 모든 것이 해결되지만 바다에서의 수영은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생명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훨씬 위험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남들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과 만일 바다에 빠졌을 때를 대비해야한다는 핑계를 생각해내고 한번만 따라서 바다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6월의 새벽 바다는 생각보다 차가웠다. 밀려오는 파도 때문에 몸을 가누기도 어려웠지만 차가운 바닷물 때문에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자유형을 하기위해서는 몸을 눕혀서 물위에 띄워야 하는데 계속 개헤엄의 자세로 허우적대기만 했다. 발이 바닥에 닿지 않으니 두려움까지 생겨서 호흡이 가빠지면서 당황하게 됐다. 같이 수영하던 동호회 회장은 자기의 운동을 포기한 채 옆에서 계속 말을 하면서 안심을 시켰다. 개헤엄으로 300m정도 나간 후에 다시 돌아왔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나의 수영 실력에 너무 실망하고 오기도 생기서 다음 일요일에 다시 한번 도전을 해 보았다. 1주일 전보다는 나았지만, 수영장에서 하던 자유형의 영법은 제대로 되지 않고 10m 정도를 자유형으로 가다가 개헤엄 자세로 호흡을 하면서 쉬고 다시 자유형을 하는 방법으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약 500m정도 밖으로 나가니 멀리 광안대교가 보였다. 함성을 크게 지르고 돌아왔다. 일주일 전보다는 훨씬 편해졌지만 아직은 제대로 수영을 한 것은 아니었다. 파도 때문에 호흡을 제대로 못했고, 짠물이 입에 들어오면 당황해서 숨이 막혔다. 그리고 파도의 높이 때문에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아서 바다에 혼자 떨어져있다는 두려움이 일 때도 있었다. 수영장에서 사용해온 오리발(핀)은 너무 잘 휘어져서 바닷물을 제대로 밀어내지 못해서 다리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게 돼 제대로 된 수영자세가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을 해 바다 수영에 적합한 오리발로 바꾸기로 했다. 7월 초의 바닷물은 훨씬 따뜻해 졌다. 새로 구입한 오리발의 강한 추진력으로 쉽게 몸을 물에 띄울 수 있어서 자유형이 쉽게 됐다. 호흡을 하면서 처음으로 하늘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비로소 바다수영을 즐기게 되었다. 출렁이는 파도와 싸우는 것은 힘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