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을 버려 마음을 맑게 하면
마음의 눈이 밝아져
자연이 전하는 진실을 알게 된다
여름의 한복판 8월의 첫째 날 집사람과 나는 두바퀴의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응봉언덕에 선다. 5년전만해도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었던 나였다.
무릎에 퇴행성 관절염으로 그 좋아하던 등산도 접은채 방황하던 나는 어느 의사의 권유로 만난 것이 자전거였다. 이제는 자전거 덕분으로 100km도 거뜬히 이겨낼 근력과 건강을 되찾았다. 나에게 보약 역할을 했던 자전거는 이제 나를 자연이라는 또 다른 세상으로 인도했다. 지금까지 그냥 무심코 지나쳤던 자연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솟구쳤고, 대자연을 접하면서 앞만보고 질주했던 속된 욕심과 번뇌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순수와 진실! 자연이 나에게 주는 소중한 선물이 나를 새로운 세상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오늘은 여름의 탄천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용인구성면 법화산(385m)에서 발원한 탄천은 그 옛날 뚝섬에 부려놓은 목재를 배에 싣고 옮겨 숯을 굽던 곳. 그래서 물이 시커멓게 흐른다고 해서 ‘숯내’라고 불렀다.
몇주 전에 바이콜릭스가 완주한 아름답기 그지없는곳, 기흥까지 왕복거리가 60km에 이르는 자연의 서사시가 펼쳐지는 곳이다.
응봉의 언덕을 질풍같이 달려 서울숲, 영동대교를 넘어 탄천입구에 이른다.
얼굴에 스치는 바람이 질주의 기쁨을 이야기하고 두바퀴에서 내는 굉음은 나를 응원하는 힘찬 합창이다. 이제부터 철저히 자연과 나만의 시간이 시작된다. 양재천이 갈라지는 그 곳부터 자연은 마음의 문을 열기시작하는듯 하였다. 매미들이 떼로 합창하고 철새가 유희하며 강의 물줄기는 요동치며 뒹굴고 푸른산과 들은 안개를 머금고 토해낸다. 마중나온 잠자리를 보며 나는 자신을 잊어간다. 아니, 내가 나 아님을 느끼게 한다. 나에 대한 집착을 버리니 화롯불에 눈처럼 세욕과 번뇌가 없어짐은 어인일인가?
이때가 자연과 대화할 수 있는 불교에서 말하는 眞空의 상태가 되는 것인지….
양재천과 이별하고 휘돌아 남으로 내려가는 초입에 탄천의 전설이 적혀있는 안내판 앞에 머문다.
‘옛날 동방삭이가 삼천갑자(18만년)나 살아 죽지않으니 저승사자를 시켜 잡아오게 하였다. 저승사자는 궁리하던중 그가 호기심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느날 저승사자는 냇가에 앉아 숯을 물에 씻기 시작하였다. 며칠을 그렇게 반복하던중 어떤 이가 다가와 숯을 왜 물에 씻는 것이요 라고 묻자 저승사자는 숯을 희게하기 위해 씻는다고 했다.
나그네 왈 내가 삼천갑자를 살아도 숯을 희게하려고 물에 씻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고 말하자 저승사자는 그를 붙잡아 저승으로 데려 갔다고 한다.
강변에는 쑥부쟁이, 원추리, 참나리, 금불초 등등…여름꽃이 관병식하듯 늘어 서서 나의 눈을 미혹시키고 있었다. 물억새, 부들, 갈대, 붓꽃 등…. 이름모를 자연의 아름다움을 흐드러지게 나타내고 있었다. 광대한 자연속에서 이 작은 꽃들과 풀들의 미세세계는 자전거가 아니면 감히 들여다 볼 수 없지 않겠는가!
채근담에 이르기를 ‘鳥語蟲聲, 總是傳心秘訣, 花英草色, 無非見道之文’이라 했다. 자연은 새울음 소리 벌레소리 등 모든 음향을 통해 자신의 뜻을 전달하고 꽃과 풀은 아름다움과 향기를 통해 진리를 보여주건만, 사람은 세욕에 가려져 이를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욕심을 버려 마음을 맑게 하면 마음의 눈이 밝아져 자연이 전하는 진실을 알게되는 것이다.
이내 길은 성남으로 향하고 있었다. 자전거는 나를 또 다른 신비의 세계로 씩씩거리며 달리게 한다. 넓게 뻗은 붉은 투스콘 자전거도로, 근방에 서울비행장이 있어 고속도로 같았다. 주변에 철 모르고 핀 코스모스가 벌써 가을을 이야기 하고 호기심 많은 여인네마냥 얼굴을 반쯤 내밀고 손을 흔든다.
흐르는 강물따라 자전거는 마파람 맞으며 헉헉대며 달리는데 하늘에 구름이 강으로 달려 내려와 같이 달리자 하고, 바위틈에 물소리는 몸으로 부딪히며 자연의 음악을 연주한다. 꽃길, 바람,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