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어느 곳에 있든
가장 진실한 자기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한 여름 불볕 같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이 가을의 초입에 난데없는 폭우가 쏟아져 수확을 재촉하는 쨍한 금속성의 가을 햇볕을 고대하던 온갖 것들을 물에 가둬버렸다.
유독 요즘 들어 겨울이 겨울답지 못하고,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각 계절이 저 답지 못함이 살아가는 건지 아니면 살아지는 건지도 모르고 사는 나를 여실히 들여다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지난 일요일 아버님 산소에 벌초를 하기위해 고향에 가던 중 벌초 후 사용할 제초제를 사러 들렀던 조그만 시골 농약사에서 아무 생각없이 눈길이 간 작은 칠판위에 적힌 글귀하나.
隨處作主 入處皆眞 (수처작주 입처개진 )
어느 곳에 있던지 주인이 되라, 서 있는 것은 진실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말로 자기가 어느 곳에 있든 가장 진실한 자기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뜻 으로 중국 당대의 스님 임제선사의 말씀이다.
뭔가에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멍하니 글씨만 바라보다 머쓱해져 그저 주인이 들려 주는 대로 제초제봉지를 들고 나왔다.
내 나름대로 한때 그 또한 하나의 화두라 생각하며 열심히 되뇌었던 글귀였건만… 잊고 살았던 선사의 그 말씀이 시골 농약사의 조그만 칠판에서 다시 각인 될 줄이야.
집에 돌아와 다시 펼친 책에서… .
공사판에서 다른 모든 인부들은 바퀴 2개짜리 수레를 쳐다보면서 손잡이로 밀고 가는데 딱 한 인부만 수레를 끌고 가는걸 보고 한 심리학자가 물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수레를 보면서 밀고 가는데 어째서 당신만 끌고 갑니까?”
그러자 인부는 별 이상한 것을 다 물어본다는 표정으로 “하도 밀고 다녀서 꼴보기 싫어서 그래요” 하더랍니다.
그때 심리학자는 그 수레를 끌고 가는 인부를 보고 깨달은 것이 있었습니다.
수레를 밀고 가는 사람은 평생 수레만 봐야 하지만, 그처럼 수레를 끌고 가는 사람은 하늘 과 땅, 세상을 볼 수 있으며 인생의 주인공이 그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인생의 수레는 여러 가지로 많겠지요.
자식만 바라보는 사람, 돈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 사랑만 찾아다니는 사람 등 그들은 하루 종일 수레만 쳐다보며 밀고 다니는 인부와 다를 바 없겠지요.
지금의 나는 과연 수레를 끌고 가는 인부처럼 내 인생의 주인공인지?
초심(初心)으로 되돌아가 순수하고 절실한 마음으로 내게 묻고 또 묻고 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