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운전자를 기분 좋게 끼어주고
주차가 어려워 애쓰는 운전자를
느긋하게 기다리는 ‘배려’가 생겼다
나는 13년 무사고 베테랑(?) 운전수다. 94년 면허를 따고 운전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지금은 거의 그런 일은 없지만 당시만 해도 여성운전자에 대한 남성운전자의 멸시가 도를 넘어섰던 때였다. 혹여 여자라고 업신여기기라도 할까봐 부러 객기를 부려가며 운전을 험히 하던 시절도 있었다.
95년 여름 어느 날 열심히 달리고 있는 나에게 어떤 젊은 남자운전자가 옆으로 다가와 무언가 말을 해왔다. ‘또 여자운전자를 업신여기는 게지’하며 무시하고 달리다가 신호에 걸려 대기하고 있는 나에게 그 사람이 다가와 다급히 하는 말은 뜻밖에 타이어가 펑크가 났다는 것이었다.
난 그 순간 타이어가 펑크가 났다는 사실보다 타이어에 펑크가 난 사실조차 모르고 운전하는 초보라는 사실을 들켰다는 게 너무나 창피한 나머지 “알아요!” 하며 시큰둥하게 내뱉고는 창문을 닫고 횡하니 와 버렸다.
그게 뭐 그리 창피한 일이라고 애써 가르쳐준 그 운전자의 배려에 고맙다는 인사조차도 안하고 그렇게 와야 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그분에게 너무 미안하고 그랬던 내가 우습기만 하다.
운전을 하다보면 갖가지 별난 성격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뭐가 그리 급한지 잠시도 한 차선으로 가지 못하는 요리조리형, 나를 앞지를 자 아무도 없나니 급하다급하다형, 너는 급하니 나는 안 급하다 세월아 네월아 안전운전365일형, 거슬리는 초보운전자는 저리 비켜라 초보운전 멸시형등. 이런 험난한 도로에서 처음 운전을 시작하는 초보자는 단연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도로사정에도 불구하고 남을 위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기분 좋은 운전자도 많이 있다. 상대방의 차가 펑크가 났건 말건 그냥 지나치면 그만인 것을 애써 따라와서 이야기 해주는 지난시절 그 남자 운전자의 배려도 그랬었고, 내가 초보시절 정말 고마웠던 경우는 차선변경이 가장 어려웠던 나를 옆 차선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끼어주는 다른 운전자의 배려였다. 인생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껏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고마운 경우는 내가 위축되지 않도록 나를 참여시켜주는 다른 사람의 배려였다. 언제 어느 곳에서든 다른 사람과 함께 하지 못하고 위축되어 있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별다른 생각 없이 지나쳐온 그 사람들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그저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외면해 버린 그 사람들이 마음의 벽을 쌓는 계기가 되지는 않았는지 되새겨 본다.
지금 나는 예전처럼 험히 운전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주차장에서 주차가 어려워 애쓰는 운전자를 느긋하게 기다릴 줄도 알게 되었고, 차선을 변경하고자 눈치 보는 초보운전자를 보면 기분 좋게 끼어준다. 초보운전자에 대한 경력운전자의 이러한 배려처럼 오늘 이곳에 처음 참여해 어색해 하는 그 사람을 위해 미소를 머금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넨다.
“오늘 날씨가 참 좋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