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와 전화의 단점을
모두 충족시켜주는 e-메일
난 오늘도 컴퓨터 앞을 서성인다
소위 PC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결국은 어떤 경로 이든 e 메일을 하게 되어 있다. 직장이나 사업관계로 사무적인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가까운 친지와도 하게 마련이다. 이제는 컴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화 돼 컴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컴의 노예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바야흐로 컴은 생활에도 점점 파고들어 어느덧 필수가 돼 가고 있으며 사무실에서 가정에서 모든 쇼핑을 하는데 에서도 또한 예약을 하는데에도 컴의 역할이 지대하다. 나의 경우는 처음에 홈페이지를 만들어 시집들을 올려 보라는 친구의 충고를 받아들여 홈페이지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곳을 찾아 돈을 내고 만들고 시집들을 올려놓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PC와 가까워지고 독자들이 내 홈피에 들어와 보고 글을 남기고 간 분들에 대한 답례의 글을 나 또한 e 메일로 쓰기 시작하게 되었다.
정식으로 배운 것이 아니고 어께 너머로 배운 것이어서 처음부터 엉망이다. 둘째 손가락으로 치는 독수리 타법이였다. 하기야 지금도 여전히 독수리 타법이지만 처음 보다야 속도가 좀 빨라졌을 뿐 큰 진전은 없고 이제 나의 실력은 약간의 워드와 e 메일을 주고받는데 별 지장이 없을 정도이다. 더 이상 배우려 하지 않고 있으나 남이 하는 것, 즉 글과 음악도 함께 오는 것을 보면 부럽기 그지없다. 나도 저 정도 까지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간단하다고들 하는데 아직도 평범한 e 메일 쓰는 수준에 머무르고 그런대로 만족하고 있다. 그러나 하다 보면 차츰 차츰 자기도 모르는 순간에 배워지기 마련이고 하면 할수록 컴의 마력에 자기도 모르게 빠져 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하니 그리 서둘을 필요가 없어도 언제인가는 컴에 숙달되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 오늘도 열심히 좌판을 두드리고 있다.
우리 고등학교 동창 중에 정년퇴직을 해 구청에서 무료로 하는 컴퓨터 강좌에 나가 정식으로 배워서 자기 나름대로 컴을 아는 친구에게 정기적으로 좋은 글이나 시국에 대한 정보나 자기 시국관을 곁들여 적어 보내며 또한 좋은 영상과 함께 보내와 눈요기를 식혀주는 고마운 친구가 있다. 마치 사설 영상 매체를 가지고 있는 듯 싫던 좋던 수시로 보네 오는 e매일을 보게 마련이다. 그 친구도 컴의 마력에 흠뻑 빠져들어 열심히 보내오는 것 아닌가 싶다. 간혹 필요한 좋은 것들을 보내와 별도로 e 메일로 그 친구에게 감사하다는 글과 칭송과 격려를 보내주는 일도 있었다. 나의 경우는 개인적으로 e 메일을 주고받은 친지가 그 많은 사람 중에 손가락을 셀 정도의 적은 숫자이다. 하기야 많이 있으면 감당하기도 곤란 하겠거니와 그 중에서도 가까이 자주 e 메일로 속말을 주고받는 친지는 두 세 사람뿐이다.
그 이외 십 여명이 있는데 대개 문인들과의 관계로 모임에서 자주 만나 친분이 있는 분으로 서로의 안부를 e 메일로 주고받는 처지로 인사치레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간혹 서로 관심있어 자주 e 메일을 주고 받기도 하며 문학에 대한 토론도 하고 좋은 정보도 교환한다. e 메일을 주고 받다 보면 서로 가까워져 사이버 공간에서만 서로 이성을 가지고 낭만을 즐길 수도 있으며 지루한 생활에 생기 넘치는 활력소의 역할도 해 준다. 서로의 뜻이 안 맞거나 흥미가 없어지면 한쪽에서 끊어 버리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오지 않는 답신을 구지 일방적으로 보낸다는 것도 실례이고 안 오면 이제 그만 하자는 무언의 뜻으로 받아들여 이 쪽에서도 자연이 끊어 버리는 것이 예의라 생각하며 상대를 존중하는 배려라고 본다.
그러나 몇 사람만은 특별한 경우가 있다. 하루라도 안 오면 기다려지는 사람이 있고 안 오면 신변에 무슨 일이 있나하고 걱정을 하게 된다. 서로 나이 들어 건강에 신경을 쓰게 되고 평생을 같이 하는 죽마고우들이다. 이제 살아야 할 날이 많지 않는 우리들 이여서 서로의 안부를 늘 걱정해 주고 항상 상대하여 주며 늘 고등학교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