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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4번째이야기)‘임’ 없이도 잘 살 수 있는 세상을/김신 부산대학교 치과대학 교수

 

환자만을 위해
진료 자체만을 위해
고민할 수 있는 시대는 언제 올까


선배님, 뵌 지가 너무 오래군요. 이렇게 한 자 적어올리면 그간 문안인사 못 올린 죄값도 반쯤 치르고, 또 한편으로는 요즈음 세상이 하도 어수선하여 치밀어 오르는 탄식과 울분이 조금이라도 달래질까 하는 마음에서 글을 올립니다.


선배님이 사회에 나오신 직후의 시절에 대해 하셨던 회고 말씀이 기억납니다. 버스로 다섯 구역 안에 치과가 한 군데 있었던 시절, 환자가 너무 많아 힘은 들었지만 병원 경영에 대해서는 아무 걱정이 없었고, 그러면서도 환자들로부터는 존경과 신망을 받았던 시절 말입니다.
참, 선배님은 복 받은 분이십니다. 아니 시대운이 좋다고 말씀드리지요.


그런데 요즈음 우리 치과계를 다시 한번 돌아봐 주십시오. 극도의 상업주의가 횡행하고 국가로부터는 탈세를 일삼는 대표적인 직종으로 지목된 가운데, 국민의 평판은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는 경지로 떨어졌습니다. 진보와 보수가 서로 경쟁하면서 사회를 번갈아 이끌듯이, 치과의 양대 치료철학이라 할 수 있는 ‘보존(conservative)’ 과 ‘재건(reconstructive)"의 균형은 찾기 힘든 시대가 되었습니다.


더 불행한 것은 치과계에 이러한 방향상실, 불균형, 혼돈을 막기 위한 자기정화나 조정 장치가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니 그런 장치가 처음부터 있기나 했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제가 존경해 왔던 선배님과 같은 분들의 목소리는 힘을 받질 못 합니다.


선배님, 저는 우리가 이 지경에 내몰린 원인에 대하여 생각을 할 때마다 결국에는 선배님 연배 분들을 원망하게 되더라구요. 못난 놈들이 현실의 불만을 조상 탓 한다고들 하지만, 이건 정말 아닙니다. 왜 선배님들은 우리 직종의 사회적 책무에 대하여 생각을 하지 않으셨습니까? 만일 해 보셨다면 왜 우리 업계에 강력한 자기조정 능력과 네비게이터와 같은 방향유지 메카니즘을 심어 주지 않으셨나요?


본디 어느 직종이나 ‘협회’라는 단체는 태생적으로 그 직종의 이익을 위하여 뭉친 결사체입니다. 그러나 제대로 돌아가는 ‘협회’라면 당면한 이익뿐 아니라, 그 직종의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이익, 그리고 사회적 신망과 인식도 같은 문제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래서 윤리, 법제 등의 기능을 위한 장치들이 협회 내에 있는 것 아닙니까?


일전에 양정강 선배님께서 쓰신 글에서 통탄스러운 내용을 읽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의약계에서 치과보험이 차지하는 비율이 1999년 5.8%에서 2007년 상반기에 3.5%로 심각하게 하락하였다는 전언 말입니다.


선배님, 잘 아시다시피 최근 들어 정부는 건강보험료를 급격하게 인상하고, 흡연을 거의 범죄와 비슷하게 취급하면서 엄청난 건강보험 재정을 챙겼습니다. 과거에 저수가로 경영이 어렵다고 아우성치던 일부 의과계 과목들이 이제는 그런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 속내를 정확히는 모르지만 소위 비보험 진료종목이 하나 없이도 병원이 그런대로 경영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가고 있는 듯 합니다.


보험시대의 의료기관은 당연히 보험급여종목 만으로 운영이 가능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를 보십시오. 양 선배님의 지적을 보면 우리는 확실히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우리의 비급여 진료항목이 급여항목에 포함될까 두려워 전전긍긍하면서 이를 막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습니까? 이 얼마나 아이러니입니까?
 만시지탄이지만 우리는 우리의 급여항목을 제대로 인정받아 정당한 대우를 받고 급여항목을 늘이는 쪽으로 선회하여 노력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요?


선배님, 보십시오. 그러니 모두들 ‘임’이 최고라고 아우성이고, 치과계의 모든 세미나, 심포지엄, 평생교육, 출간서적들은 모두 ‘임’ 일색입니다. 왜 사회에 첫발을 디딘 젊은 치과의사들이 대학에서 배운 치료개념과 철학은 던져버리고 ‘임’에만 몰두해야 하며, 엄청난 좌절과 스트레스를 겪으면서도 고급 의료장비와 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