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예쁘기만한 손자
가슴 아픈 치매 어머니
나에겐 아기 둘이 생겼다
요즘 나에게 아기 둘이 생겼다.
얼마 전 미국에 사시던 어머님이 치매가 생겨 더 이상 미국에서 모시기 힘들다 하여 한국의 요양원에 모신다고, 형님이 어머님을 모시고 한국으로 왔다.
요즘 좋은 노인 요양원이나 실버타운이 많이 있지만 어머님의 상태가 고혈압, 치매, 골다공증 등 노인성 질환이 있지만 아직 건강한 편이라 마침 치매 노인을 모신 경험이 있는 입주 간병인을 구해 집 근처 작은 아파트에 모셨다.
다행이 경험 많은 간병인이 극진히 보살펴 잘 지내시는 것 같아 다행인데, 치매가 오니 점점 아기가 되어간다. 기억이 사라지고 금방 식사를 하고도 계속 밥을 먹자하며 무엇이든지 먹으려고 입으로 가져가 화장품도 모두 치웠다. 가끔 대변을 잘 못가려 기저귀를 차야하는데 기저귀는 안차시려고 한다.
그래도 우리 집 근처라 내가 출근길에 매일 방문하여 돌아가시기 전에 좀 더 자주 얼굴을 볼 수가 있어 나로서는 무척 다행이다.
아침에 들르면 어머님이 기도를 하는데, 다행이 오랜 신앙생활 덕분인지 기도는 잘하시는데, 기도 후 주기도문을 외우다가 중간에 잃어버려 다시 기도로 돌아가며 계속 쳇바퀴 돌듯이 반복되면 내가 적당이 끝을 낸다.
주말이면 시집간 딸아이가 18개월 된 손자를 데리고 오는데, 아이가 얼마나 구잡스러운지, 하루 종일 뛰어다니며 부수고, 뒤집어 업고, 울고, 소리 지르며 다닌다. 딸아이는 밥 먹이려고 애쓰고, 울면 재우고 하루 종일 정신이 없는데 나는 손자의 천진한 행동이 한없이 예쁘고 귀엽기만 하여 병원에서 일을 하다가도 손자 웃는 모습을 생각하면 즐거워 혼자서 미소를 짓는다.
졸지에 내 주위에 아기가 둘이 생겼는데, 아기가 되어버린 어머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평생 고생 많이 하셨는데 남은 여생을 편안히 살다 가셨으면 하는 마음이고, 이제 막 자라는 손자를 생각하면 즐겁고 기쁘다.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라 훌륭한 사람이 되어 사돈, 나와 처, 사위, 딸 등 주변에 많은 기쁨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고 나 역시 손자를 위해 무언가 열심히 도와주고 싶다.
손자와 어머님을 보면 인생의 윤회를 느낀다.
봄에 피는 푸른 잎과 겨울에 떨어지려는 낙엽을 보는 듯 하다.
그 사이에 낀 나는 붉게 물들어가는 가을 잎 정도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