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수련생활
인생의 중요한 시기로
취미생활과 자기계발에 노력
오늘은 월요일.
아침 7시 30분 출근해 지난 일주일동안 본 환자들 차트를 확인한다. 이제 3년차라 어느 정도 일이 익숙해 한결 수월해짐을 느낄 때 비로소 3년차의 위력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 전공의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한다. 주 5일제라고 주변의 선배들은 “좋겠다”, “부럽네”, “나 때는 꿈도 못 꿀 일인데”라며 시기와 질투어린 시선을 보내지만 나도 1년차, 2년차 때는 매 주말마다 병원을 지켰던 기억이 아직 새록새록하다. 월요일은 환자가 많은 날이다. 아무래도 주말 이틀 동안 환자들이 병원 문을 열기만 기다렸던 때문일 것이다. 전주에 위치한 우리 전북대학교치과병원은 전라북도를 모두 담당하는 터라 환자들이 여기저기 멀리서도 많이 오시는 편이다. 내가 전공으로 하는 구강내과의 경우는 봐주는 곳이 많지 않아 더욱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늘 환자 약속을 잡는데 “집이 너무 멀어요”, “버스편이 마땅치 않아요”라는 실랑이가 원내생과 환자사이에 벌어지기 일쑤다. 실랑이를 벌이는 원내생들은 모르겠지만 곁에서 지켜보는 나로서는 참 정겨운 풍경이다. 그만큼 의료의 사각지대에 있는 환자들이 이제는 많이들 알고 오신다는 반증이니 말이다.
화요일은 어제보단 좀 낫다. 환자가 어제에 비해 적은 것은 결코 아니나 한결 여유가 있다. 이제 막 시동을 걸고 속도가 붙기 시작한 자동차에 비유하면 괜찮을까? 신환을 처리하고, 교수님 어시스트도 하느라 진료실을 분주히 오가다보면 또 하루가 저물고, 직원들과 “수고하셨습니다” 인사를 나누면 비로소 일과가 끝난다. 이렇게 별 특색 없어 보이는 화요일엔 특별한 일이 하나 있는데 바로 OB선생님들과 점심약속이 그것이다. 전주에 개원하신 선생님들과의 거의 매주 갖는 모임인데 자칫 무료할 수도 있는 일주일의 활력소가 되어주는 까닭에 난 화요일이 즐겁기만 하다. 오늘은 무얼 먹을까하는 일상의 고민도 이 날 만큼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진료일과가 끝난 뒤에도 우리는 바쁘다. 환자가 내준 숙제를 해야 할 시간! 부지런히 교합안정장치도 만들고, 환자가 시행한 다양한 검사들에 대한 결과를 정리하고, 분석하는 일을 해야 내일 또 환자 앞에서 야무지게 설명을 하는 멋진 의사의 모습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턴선생님들과 함께 부대끼다보면 어느새 시계는 자정을 가리키고, 그제야 집에 갈 채비를 한다.
수요일은 세미나가 있는 날이다. 학기 중엔 대학원세미나, 방학 중엔 의국세미나로 수요일은 아침 일찍부터 바쁘다. 세미나의 시작은 오전 8시. 8시에 시작하려면 평소보다 30분은 이르게 도착해야 한다. 그렇게 세미나가 끝나면 밀려있는 환자를 만나러 진료실로 향하고, 그렇게 하루가 또 지나간다. 우리에게 수요일은 공부하는 날이다. 내원한 환자에 대해서 컨퍼런스도 하고, 교수님들과 상의하면서 각종 임상상황에 대해 해결방안도 모색해 본다.
목요일은 하루가 좀 더 긴 날이다. 야간진료가 있는 탓에 우리의 진료시간은 오후 8시까지로 늘어난다. 하필이면 일주일 중에서 가장 힘들고 시간이 안 간다는 그 목요일에 말이다. 진료가 저녁시간을 넘어 이뤄지는 탓에 목요일은 각 과마다 저녁 메뉴를 정하는 게 인턴선생님들의 큰 업무(?)중 하나이다. 행여 맛없는 음식을 대령하는 날엔 윗년차들의 눈치를 1주일은 보게 되는 까닭이다. 실제로 윗년차들은 인턴선생님들의 메뉴선정 능력을 도마위에 올려 저희들끼리의 인턴업무수행능력 평가 잣대로 삼기도 하니 인턴선생님들로서는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나 역시 인턴 때 “밥 한끼 먹는게 뭐그리 대수라고”하며 푸념을 늘어놓던 것이 생각나지만, 자꾸 회자되는 걸 보면 먹는 문제는 우리에게 참 중요한 일들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금요일은 아침부터 활기가 넘친다. 어제 기나긴 진료시간의 터널을 빠져나왔다는 안도감일까? 만나는 사람들마다 화색이 좋다. 모르긴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