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좌석은 뒤로
스르르 미끄러져서
미모의 여성 곁으로
모임이 너무 늦게 끝나 부천행 전철이 끊겼다.
할 수 없이 택시를 타야했다. 합승인지 동승인지는 몰라도 택시에 4명이 올라탔다. 나는 조수석에 앉고 뒷자리에는 까만 양복만 조폭형인 두 사내가 가운데 그들과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미모의 여성을 모시고 앉았다.
그 모습들을 합치면 꼭 샌드위치 같았다. 부천으로 오는 내내 그 뒷자리가 신경이 쓰였다. 사내들이 말을 할 때마다 입에서 술 냄새가 푸~ 하고 방출되는 게 이러다가 그 미모의 여성이 질식사라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되었다. 그렇다고 수시로 뒤를 돌아 감시를 할 수 없는 노릇이고 백미러로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냥 체념한 채 차창 밖으로 보이는 도심의 풍경을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다가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꿈에 샌드위치가 보였다. 앙, 하고 한 입을 깨물었다. 그런데 내 윗 이빨에 씹히는 빵의 감촉이 이상야릇했다. 굽다만 빵처럼 물기가 다 마르지 않아 씹는 맛이 엉망이었다. 그래도 이 빵은 좀 나은 편이다. 아랫 이빨에 씹히는 빵은 발효도 제대로 시키지 않은 밀가루를 반죽해서 만들었는지 악취까지 풍겼다. 그래서 내 이빨은 샌드위치의 영양가 있는 부분에 닫는 것을 그만 포기하고 말았다.
이때 갑자기 고등학교 다닐 때 학교에서 단체로 관람을 갔던 007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특수 제작된 차안에서 제임스 본드가 스위치를 누르자 차의 천장이 열리고 악인이 앉았던 의자 밑에서 스프링이 튀어 나와 악인을 차 밖으로 던져버리는 장면이었다.
“으악."
“으으악."
이때 비명이 울렸다. 우리가 탄 택시의 뒷 좌석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이었다. 동시에 두 사내는 영화의 장면과 마찬가지로 공중으로 떠 버렸다. 졸지에 당한 일이라 그게 무슨 대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한강 다리 위에서 였다. 잠시 후면 그들은 한강의 물고기들과 찬물에서 헤엄을 치겠지 하는 생각을 하는데 내가 앉은 좌석이 움직이기 시작을 했다. 나는 두려움에 좌석을 꽉 붙들고 말았지만 괜한 우려였다. 내 좌석은 뒤로 스르르르 미끄러져서 뒷 좌석에 앉았던 미모의 여성 곁으로 나를 안내해 주었다. 나는 힐끔 그 여성의 표정을 살폈다. 아까와는
자못 달랐다. 그동안 쭉 지었던 공포라든지 불안한 기색이 말끔이 가시고 평온을 되찾은 듯했다.
“괜찮으시지요?" 내가 물었다.
“그럼요." 여인이 웃으며 답했다.
나는 엉덩이를 밀어 여인의 곁으로 다가가면서 운전석 앞의 백미러를 힐끗 보다가 운전기사와 눈이 마주쳤다. 운전기사와 나는 알 수 없는 웃음을 교환했다.
그러고 꼭 2분 후에 내 몸의 정중선을 따라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꼭 햄버거를 만들기 위해 통통한 빵의 가운데가 짤리는 그런 기분이었다. 곧 그 통증은 없어졌으나 이번에는 내 몸의 배 부분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꼭 이빨로 햄버거의 가장 풍윤한 부분을 씹히는 그런 기분이었다.
곧이어 여인의 표정도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운전기사의 이빨이 드디어 그녀의 몸에 닫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나는 내 침대 위에서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는 어느 정도는 흐믓해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음 그래도 내 햄버거 빵은 발효도 잘 된 밀가루로 만들어졌으며 노릇노릇 잘 구워졌나 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