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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0번째 이야기 / 언덕에 바람 / 정수영

 


통나무로 지어진 집
한지를 이용한 벽지·바닥
창 밖엔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


평상시에 여행을 좋아라하지만 결혼하고 시간적인 여유가 많이 없어진 것 같아서 여행을 계획하기가 쉽지 않은 터에 우연한 기회로 여수에 갈 일이 있어서 남편에게 하루 더 연장하자고 졸랐다. 내가 무엇을 더 보고싶어서라기보다 이제는 아이에게 무엇을 보여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여수는 본과 1학년 때쯤 친한 친구와 함께 일명 ‘무전여행’을 1박2일로 다녀왔던 곳이기도 하다. 단돈 만원을 들고 더운 여름에 버스를 타고 이동을 했고 잘 곳이 없어서 물어물어 얼굴도 모르는 선배님이 사시는 아파트에서 하룻밤을 묵고 더위를 피하느라 창피함을 무릎 쓰고 돌산대교 옆 검문소로 들어가 음료수 한병씩 얻어마셨던 기억에 입가에 미소가 드리워진다. 그 친구는 아직도 기억하려나…?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여수는 처음 갔을 때 보다 훨씬 많이 발전해있었고 발전 중에 있었다. 엑스포준비로 여기저기 공사가 분주하였고 공항 또한 새롭게 단장을 해서 쾌적하게 바뀌어져 있었다.
여수에 도착해 바다에 인접한 인근호텔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남편이 예약했다는 ‘언덕에 바람’이라는 펜션으로 향했다.
여수시가지에서 벗어나 돌산대교를 지나고 좁고 기다란 시골길을 지나 담쟁이덩쿨이 전체를 감싸고 있을 정도로 멋진 펜션이 눈앞에 나타났다. 1층은 집주인이 운영하는 카페테리아가 있고 바다가 바로 눈앞에 펼쳐 보이는 언덕이 있고 2층은 펜션이었다. 펜션의 내부 또한 친환경 소재만을 고집한 인테리어는 정말 어느 곳에서도 느껴볼 수 없는 상쾌함이 느껴졌다.
통나무로 지어진 집, 한지를 이용한 벽지와 바닥, 원목테이블위의 허브티는 주인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다. 밤에는 창밖으로 제목처럼 언덕에 바람이 세차게 불었고 아름다운 바닷가 풍경이 보였다. 조용한 시골저녁에 들려오는 파도소리 또한 일품이었다.


집주인 노부부가 운영하는 카페테리아에서는 노부부의 아들이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트럼펫(실은 코넷이라는 악기였음)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하였고 그 음악에 매료된 15개월 난 우리 아들의 연주내내 집중하는 모습에 너무 흐뭇했다.
주인 할아버지 말씀이 보통 아이들은 트럼펫연주를 소리가 너무 커서 싫어하는데 음악을 들을 줄 안다면서 칭찬하셨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음악을 많이 들려주어서 그런지 어디서든지 음악만 나오면 어깨가 들썩들썩 춤을 춘다. ‘귀여운 녀석.’


다음날 손수 만드신 영양만점의 해물죽 또한 별미였고 할아버지와 콩가를 합주하였다. 자기손주처럼 자기가족처럼 대하시는 노부부의 배려가 느껴졌고 직접 심고 기르신 여러가지 유기농 허브차맛을 느낄 수도 있었다.
특히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카모마일과 시원한 향의 페퍼민트는 커피만 좋아하던 나에게 신선함을 안겨주었다.
도심에서 경험하지 못한 시골의 훈훈한 인심을 느낄수 있어서 더더욱 좋았고 우리집 꼬맹이한테 좋은 경험과 추억을 안겨준 것 같아서 내심 뿌듯했다.
여행에서 돌아온지 2주가 지난 지금도 코끝에는 진한 허브향이 맴도는 것 같다.
다음에는 남해로 떠나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