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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사흘이 기억에 없어요 / 신재호


-덴탈캠프 거제도 원정진료기
정말 좋은 일을
늘 하시며 사시는 분은
얼굴에도 저렇게 나타나는구나


# 첫째날
아침에 일어나서 곤히 자는 식구들을 깨우지 않기 위해 잰걸음으로 챙겨놓은 짐을 메고 후다닥 집을 나섰다. 비가 추적추적 내려 짐 옮길 때 비에 젖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많이 내리진 않았다. 택시를 타고 재단에 도착하니 반가운 얼굴들이 속속 보이고 어라, 얼굴이 흙빛이 된 권 소장님이 나타나셨다. 오늘 함께 출발하려고 며칠 밤을 새우셨다고 하니 그 마음이 짐작이 간다.


짐을 싣고서 출발. 짐 실으면서 드는 생각, 역시 우리나라는 낭자들이 더 우수하군. 여럿이 달려들어 정말 순식간에 짐을 버스에 실었다. 버스 안에서 음악을 들으며 비오는 창밖을 바라본다. 크~ 좋다. 몽골 진료 때도 출발할 때 엄청 좋았는데… 버스 뒷 쪽에서 수원여대 학생들의 노래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이 땅의 청년이여~” 나도 청년 할래….
휴게소에서 점심 먹고, 다시 출발하는데, 날씨가 점점 좋아졌다. 간간이 햇빛이 비치는 곳도 있고, 하늘도 우리를 굽어 살피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쪽 구석에서 권 소장님은 다시 시체로 변신.


애광원에 도착하니, 짐은 선생님들이 트럭으로 옮겨주시고, 예진과 진료실 세팅으로 우재씨와 눈싸움 한 판 했다. 백 날 모여 세세한 부분까지 준비 모임하면 뭐 하나. 시작하면 오합지졸인데, 그러나 우리는 덴탈캠프. 전열을 가다듬고 세팅과 예진 및 치료를 일사천리로 시작한다. 애광원 선생님들께서 아가방의 아이들이 장애가 심해, 이동이 어렵다고 알려왔다. 정예의 손케일러 팀의 원정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치아우식은 심하지 않았다. 예진을 마치고 간신히 진료실로 복귀하였다. 오늘은 살살하기로 모두들 다짐 했건만 그게 맘대로 되냐고요. 부 원장님과 선생님들의 협조를 얻고, 할 수 있는 만큼만 진료 완료. 시계를 보니 밤 10시가 넘어있었다.
늦은 저녁을 먹고 숙소에 도착해보니, 이런 귀곡산장 이네. 여러 사람으로 부터 이미 잔소리 충분히 들은 우재씨. 뭐라고 할래다 피곤에 지친 얼굴 보고 입을 다물었다. 그래도 공기는 진짜 좋았다. 그러나 더운물 대신, 찬물도 나오고, 잠자리 바뀌면 잠 못드는 촌스런 행태를 스스로 비판하며 한 두 잔 홀짝. 그러다 자정이 넘어 한선이형이랑 남윤이가 도착했다. 엄청 반갑다. 마지막 날 먹으려던 조니를 꺼내 얘기를 나누며 밤새 홀짝 홀짝. 음 내일은 죽었다.

 

# 둘째날


아침을 먹고 애빈 하우스 앞에서 보기만 해도 아늑한 장승포항을 둘러보았다. 멀리 큰 배도 정박해 있고, 수시로 유람선이 드나들었다. 아름답고 한가로운 풍경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자, 이제 진료시작. 애광원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반가웠다. 한선 형님은 그 분이 왕림하셨는지 날라 다니고, 남윤이는 말도 없이 제일 힘든 환자들만 보느라고 정신없다. 누가 소아치과 의사라 해도 믿겠다. 언제부턴가 살며시 도착한 정근이도 날라 다니고 있다. 박샘. 쭈샘. 정샘. 이샘 이하 모두들 정신들이 없다. 다니는 치과에서 이렇게 열심히 일하면 다들 떼 돈 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 도시락 먹고, 또 진료, 저녁 도시락 먹고, 또 진료….


별로 다른 생각 나는게 없다. 모두들 몸이 한계에 왔을 텐데 고맙게도 투덜거리는 사람하나 없다. 어제 뜻하지 않게 밤늦게 퇴근하게 되어 마음이 불편하셨던 애광원 선생님들도 오늘은 밤 새워 진료해도 좋으니, 우리 아이들 끝까지 치료해 달라고 하신다. 방마다 담당 선생님이 따로 정해져 있는데, 진료 받을 때마다 속박을 도와주시는 선생님이 바뀌어서 물어보니 담당 선생님이시란다. 마치 부모님이 어린 아이 보호 하듯이 “내 새끼, 내가 맡지요”라는 심정인 것 같았다. 쉬운 일도 아니고 어려운 일을 자기 자식처럼 돌보는 선생님들에게서 숙연한 감동이 느껴졌다.


장애인 치과진료는 비장애인의 치료에 비해 손이 2개 더 필요하다. 그러나 실상은 속박하고 나서도 움직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