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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9)“암호시대”/박승오

 


정상적인 언어와
품위있는 문장이 사라지고
암호같은 속어가 판치는 세상


이제 우리 나이쯤 되면 대학친구 모임이건 고등학교 친구 모임이건 간에 대장이 없다.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좀 잘 나가는 친구가 있어 봤자 덕 볼 일도 없고 덕 줄 일도 없기 때문이다. 이제 모임에서 대장이 되고 좌중을 주도하는 친구는 얼마나 잘 웃기고 입담과 험담과 음담패설이 기가 막혀 현 세태를 잘 풍자하고 꼬집고 우리들 가정사를 실감나게 무궁무진한 레퍼토리로 풀어 놓는 친구가 “초대교수님” 대우를 받는다.


그래서 우리끼리 하는 얘기로 “교수님 특강”이라 하고 점심모임이나 저녁 술 자리에서 “오늘 또 새로운 주제(?)의 특강” 교수님이 되는 것이다. 나는 이런 얘기들을 들을 때는 아주 흥미진진하게 빠져 버리지만 실상 남에게 옮길 때는 거의 스토리와 제목을 잘 잊어버리는 편이다.
그러나 요즘 들은 “특강” 가운데 이런 것이 있다. “9988(구구팔팔) 234(이삼사)” 같은 것은 아주 진부한 고전이 되었고 이것 대신 “부부 88 복상사”가 새로운 정설이란다.


요즈음 며느리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 “9988. 234” 란다. 시부모가 99세까지 88하게 살다니 그것도 2, 3달이나 앓다가 4(死)하다니 끔찍스럽다는 것이다. 시부모는 그저 재산이나 많이 남기고 일찍 가시는 게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 며느리들에 반발해서 부모들 입장에서는 발음도 비슷하게 “9988”대신에 “부부팔팔”하게 살다가 부부가 악착같이 함께 “복상사” 하는 게 최대 행복이라나.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부부하고 복상사하는 것을 “순직”또는 “자연사”라고 하고 외국 출장 가서 객지에서 바람피다 가버리는 것을 “복상사”라고 하고 그 외 국내외를 막론하고 집창촌에서 복상사 하는 것은 “횡사”라고 한단다. 더 나아가 과부하고 그러다 죽는 것은 “과로사”라고 한다.
이제 세상은 ‘암호시대’이고 눈치로 때려잡는 시대인가 보다.


치매 걸린 할머니가 택시기사에게 “나 ‘전설의 고향’에 데려다 줘유” 하면 ‘예술의 전당’으로 알아서 모시고 어떤 할머니가 ‘메리야스 런닝구 호텔로 가유’하면 기사들은 알아서 “메리어트 호텔”로 모신단다.
그야말로 현대생활은 정상적인 언어와 품위 있는 문장이 점점 사라지고 암호같은 비유와 인터넷 속어가 판을 치는 세상인 것 같다. 그만큼 우리는 각박한 요지경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